“전자담배에도 경고그림이 들어가나요?”
지난해까지 전자담배 사업을 한 끽연가 A씨(37)는 전자담배에 경고그림이 붙여진 걸 보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금시초문이라며 답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수입된 전자담배에도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포장지에 경고그림을 붙일 것을 고시했다. 전자담배 액상 포장지와 액상 용기에는 ‘중독위험’이라는 글씨와 함께 주사기 표시가 붙여진다.
2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전자담배 매장에서는 경고그림이 부착된 전자담배 액상 두 가지를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 지난해 수입된 제품이었다. 아직 재고가 소진되지 않아 입고된 제품이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몇 걸음 떨어져 조금 더 큰 매장에서는 40여개 진열된 상품 중 경고그림이 포장지 상단과 액상 용기에 부착된 전자담배 제품 둘을 찾을 수 있었다. 두 제품 모두 스위스에서 수입된 동일 회사 제품으로 꽤 인지도가 높은 제품이다. 재고가 빨리 소진돼 올해 수입된 제품이 전시된 경우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담배 70∼80%에는 경고그림이 붙여졌다고 파악하고 있지만 전자담배 현황 파악은 재고 소진이 느려 다음 달로 미뤘다. 복지부 관계자는 “면세점에서도 일반담배 경고그림 부착 의무화가 시행된 만큼 상반기 중으로 전자담배 경고그림 부착을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복지부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으로 과세 신고한 전자담배 액상 반출 규모는 60만1546㎜다. 국내 유통되는 전자담배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자담배가 지금 가판대에 올려지더라도 지난해 12월 23일 전 수입 신고가 됐다면 경고그림을 부착하지 않을 수 있다.
주사기가 그려진 전자담배 경고그림이 폐암 등 환자의 모습이 그려진 일반담배에 비해 위협적이지 않아 정책 시행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자담배를 피우는 권모(29)씨는 경고그림을 보고 “귀엽다”며 “전혀 경고답지 않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단순히 니코틴만 함유된 전자담배 액상도 있어 일반담배와 같은 경고그림을 담을 수 없었다”며 “내년 6월 경고그림 변경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전자담배 액상과 달리 직접 입에 물어 연기를 만드는 본체는 경고그림을 붙일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액상을 제외한 전자담배 본체는 담배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홍관 금연운동협회장은 “상당수 전자담배에 발암물질이 있어 발암물질이 있는 제품은 이에 맞는 경고그림을 표시하는 게 원칙”이라며 “본체에 경고그림이 붙지 않아 실제 담배를 피울 때 경고그림을 볼 수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전자담배는 경고그림 무풍지대?
입력 2017-03-2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