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황국신민으로서 전쟁터까지 끌고 간 조선인을 패전 후 일본정부는 ‘외국인’이라며 온갖 권리를 박탈했다. 1952년 발효된 샌프란시스코조약에 의해 일본은 주권을 회복했지만 재일조선인은 일본국적을 상실해 외국인등록법과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관리·감시·추방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조약발효 후 잇따라 통과된 전후보상법과 사회보상법에 따라 ‘외국국적’을 이유로 배제돼 일본의 헌법에 명기된 기본적 인권을 누릴 수 없었다.
‘조선적’은 국적이 아니라 1947년 외국인등록령 선포시 조선에 주권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국인 등록증의 국적란에 기재된 ‘지역의 총칭’이다. 1965년 한일협정 체결 후 한국국적을 택하는 교포가 늘어나 조선적 보유자는 2015년 말 기준 3만3939명으로 한국국적자(약 46만명)의 약 14분의 1 수준으로 현저히 줄어들었다. 일본에서 ‘조선적’ 보유자는 북한국적 보유자로 간주돼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
재일교포 3세 저널리스트 나카무라 일성은 지난 1월 출간된 이 책에서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태어나 전후 일본에서 조국의 언어와 역사를 지키기 위해 애쓴 6명의 ‘조선적’ 보유자에게 그들이 ‘조선적’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다. ‘한쪽 국가에 귀속되고 싶지 않아서’ 혹은 ‘조국통일을 원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조선적’을 고수해온 그들의 인생과 배경은 각양각색이다.
이 책 첫머리에서 저자는 “그가 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보루, 그것이 ‘사상’일 것이다”고 썼다. 재일교포 3세인 필자도 지금까지 ‘조선적’을 고수하는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회한이 밀려온다. 이와나미서점출판사, 240쪽.
교토=강희대 통신원(도시샤대학 박사과정)
[지구촌 베스트셀러] 나카무라 일성의 ‘르포 사상으로서의 조선적’
입력 2017-03-24 05:04 수정 2017-03-24 0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