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서 집권할 가능성이 높은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투표가 22일 시작됐다. 전국 250개 투표소에서 진행된 이날 투표는 선거인단 신청 시 현장투표를 선택한 일반국민 11만명과 권리당원 18만명 등 29만명이 대상이다. 이어 4개 권역별로 순회경선을 치러 4월 3일(결선투표 시 8일) 후보가 확정된다. 앞서 전날 마감된 선거인단에는 214만3330명이 참여해 2012년 108만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번 대선의 총 유권자 수를 4200만명가량으로 추산할 때 20명 중 1명꼴로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지지율은 다른 당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율을 합치면 60%를 상회한다. 또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나갈 경우 양자, 다자 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만큼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그러나 민주당 경선 과정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난 이후 국민들 사이에서 분출되고 있는 열망과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권력이 손에 들어온 듯하자 오만한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1일 TV토론회에서 이 시장이 안 지사의 대연정 정책을 비판하면서 사용한 용어가 대표적이다. 그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을 ‘광주학살세력의 잔당, 후예’로 규정하고 어떻게 이들과 손을 잡을 수 있느냐고 안 지사를 힐난했다. 이 시장 본인도 잘 알고 있겠지만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되더라도 야당들의 도움 없이는 국회에서 법안 한 개도 통과시키기 힘든 여소야대 상황이다. 인위적 정계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한 협치와 연정은 필수다. 그럼에도 보수정당들을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못 박는다면 국정은 극한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탄핵 사태로 가뜩이나 국민들이 분열돼 있는데 이를 통합해야 할 대통령과 정치권마저 사분오열된다면 이 나라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는가.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연일 네거티브 설전을 벌이고 있는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경선에서 이기면 집권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인식이 두 캠프에 퍼져 있어 이전투구(泥田鬪狗)는 갈수록 거칠어질 공산이 크다.
200만명이 넘는 선거인단과 본선에서 투표를 기다리고 있는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이런 행태가 결코 아니다. 대한민국이 처한 경제와 외교·안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능력 있는 대통령감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통치 철학과 비전, 정책을 갖고 멋진 승부를 펼쳐야 한다.
[사설]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민주당 경선 과정
입력 2017-03-22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