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인화학교에서 2000년부터 5년 동안 일어난 일부 교직원의 청각장애 학생 성폭행 사건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실화를 담은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가 2011년 9월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사회적 파장은 더욱 컸다. 그해 10월 이른바 ‘도가니법’(사회복지시설법)이 만들어졌고 장애인 생활시설 인권실태 조사도 전국적으로 이뤄졌다. 인화학교는 이듬해 폐쇄됐고 사건 피해자 30여명은 임시 보호조치에 따라 인근 장애인 거주시설로 옮겨졌다. 그렇게 도가니 사건은 잊히는 듯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거처를 옮긴 장애인들은 새로운 시설에서도 여전히 폭행과 인권침해 등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광주시는 21일 “광주 북구 한 여성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조사를 벌여 인권침해와 회계부정 등을 적발해 법인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시설장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지난해 12월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 진정을 접수해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센터 등과 2개월간 합동 조사를 벌였다. 이 시설은 30명의 여성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는데 이 중 19명은 인화학교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 당시 인화원에 거주하고 있던 장애인들이었다. 조사 결과 장애인들은 한여름에는 에어컨이 없는 방에서, 겨울에는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서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다. 곰팡이가 핀 빵을 간식으로 먹는가 하면 처방전 없이 약물을 투여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사는 장소만 달라졌을 뿐 처우는 달라진 게 없었다. 경찰은 사건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의 날을 여러 번 치른다. 4월 20일은 장애인복지법에 규정된 기념일이고 12월 3일은 유엔이 지정한 장애인의 날이다. 여기에다 7월 4일은 지적장애인의 날, 11월 11일은 지체장애인의 날이다. 제2, 제3의 도가니 사건이 이어지는데 장애인의 날이 아무리 많으면 뭐하겠는가.
[사설] ‘도가니’ 피해자들 임시시설에서도 학대당했다니
입력 2017-03-22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