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무력(無力) 통치

입력 2017-03-23 00:03

로마 황제 줄리어스 시저는 지혜와 용맹함을 갖춘 당대 최고의 지도자였습니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그가 남긴 이 말은 당시 로마 군대가 얼마나 강했는지 단번에 드러내는 표현입니다. 시저는 군대를 해산하고 돌아오라는 공화정과 원로원의 명령을 거부하고 반역을 일으킨 뒤 무방비 상태의 로마를 무력(武力)으로 진압해 정권을 잡았습니다.

시저는 정적들을 모두 제거하고 원로원을 무너뜨린 뒤 1인 독재 체제를 갖췄습니다. 황제 중에서도 권력을 장악해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른 전제 군주나 독재자에게는 시저, 또는 카이사르(Caesar)라는 칭호가 붙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의 독일에서는 카이저(Kaiser), 러시아에서는 차르(Czar)라고 부르는데, 모두 황제를 뜻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무력으로 로마를 통치했던 시저의 권력은 영원할 것 같았지만 결국 자신의 조카이자 상속자인 브루투스의 칼에 목숨을 잃고 맙니다.

본문의 말씀은 예수님이 붙잡히시기 직전에 칼을 빼어 대제사장 수발을 드는 종의 귀를 내리쳤던 제자에게 건네신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으라.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

칼로 로마를 정복한 시저, 그 칼로 죽음을 맞이한 시저의 몰락은 오늘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칼을 칼집에 꽂아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는 5월 ‘장미 대선’으로 일컬어지는 조기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당면한 과제를 지혜롭게 풀어갈 참신한 지도자가 대한민국에 세워지길 기대합니다. 사분오열된 나라를 화합과 통합으로 이끌 지도자에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까요. 바로 ‘무력(無力) 통치’의 리더십입니다.

강력한 공권력으로 국민을 통치하려는 무력(武力) 통치 방식은 이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습니다. 지도자 스스로 힘을 뺀 ‘무력(無力)’ 통치만이 이 시대를 이끌어갈 진정한 지도력이요 이 시대에 요구되는 리더십입니다. 칼집에 칼이 꽂혀 있지만 정상적인 나라의 기능을 발휘할 때, 그 나라의 대의 민주주의는 살아있는 것입니다. 무력(無力) 통치의 기반은 대한민국의 법치가 국민의 힘에 의해 작동되도록 국민의 주권을 앞에 두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는 국민을 위해서는 권력을 선용하되,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권력이 남용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의 당면 과제는 국민 대통합입니다.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지도자 스스로 무력(武力) 통치를 포기하고 무력(無力) 통치에 힘써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임박한 죽음의 현장에서도 칼을 사용하면 반드시 칼로 망하니, 칼집에 칼을 꽂으라고 말씀하셨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2017년은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입니다. “다 이루었다”며 십자가에서 영원한 승리를 선포하신 예수님은 하늘 영광을 버리고 자신의 몸을 십자가에 내놓으신 무력(無力) 통치의 참 모델이십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고 치유와 통합을 이끌어내는 무력(無力) 통치가 정치·경제·사회·종교 전반에 걸쳐 확산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소망합니다.

황인태 목사(천안 성신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