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증오, 고백해야 극복된다

입력 2017-03-23 00:06
물고기 입 속에 들어간 요나를 그린 프레스코.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도피하는 요나의 모습은 분석심리학적 관점에서 모성콤플렉스로 해석될 수 있다.
열등감, 예수를 만나다/최원호 지음/노아의방주

성경으로 배우는 심리학/이나미 지음/이랑


하나님만이 인간의 그림자를 아신다. 우리 안의 열등감, 질투, 탐욕, 폭력성, 분노, 증오심…. 하나님의 마음을 담은 성경을 통해 우리 안의 어둠을 탐구할 수 있다. ‘열등감, 예수를 만나다’의 저자인 심리상담전문가 최원호는 예수의 열두 제자가 열등감을 극복한 과정을 전한다. 정신과 전문의 이나미는 ‘성경으로 배우는 심리학’에서 분석심리학이라는 도구로 성경 속 인물을 탐구한다.

인간은 누구나 열등감을 갖고 있다. 열등감은 몸 안에 숨어 있다가 어느새 튀어나와 우리를 괴롭힌다. 부잣집에 태어나 공부도 많이 하고 잘 생긴 영화배우 앞에서는 질투심에 사로잡히는 식이다. 인간은 열등감에 대한 반작용으로 위대해지려는 욕구에 시달리고 이런 욕망이 좌절될 때 자괴감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주체하기 힘든 이 ‘욕망 덩어리’를 어떻게 다스려야할까.

열등감, 예수를 만나다는 열등감에 휩싸인 우리를 하나님이 어떻게 위로하고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지 일깨워준다. 저자는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마 9:12)라는 말씀처럼 예수의 열두 제자는 열등감을 가진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어린데다 키가 작고 보잘 것 없어 열등감에 시달리던 야고보의 모습과 지금의 우리는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열두 제자가 예수의 은혜로 열등감을 극복하고 행복을 누렸듯 우리도 주 안에서 열등감을 뿌리친 뒤에야 비로소 새로운 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고전 1:27) 열등감을 떨치기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저자는 하나님 앞에 자신의 열등감을 낱낱이 고백할 것을 주문한다. 그 일이야말로 영적 교만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이니 하나님 앞에서 나를 드러내고 직시하면 더 큰 자유를 얻게 된다. 예수께서는 그런 우리를 돕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기 때문이다.

성경으로 배우는 심리학의 저자 이나미는 카인 모세 룻 등을 통해 인간의 원형 열두 가지를 제시한다. 카인은 하나님이 자기가 바친 제물을 받지 않고 동생 아벨의 것만 받자 아벨의 목숨을 빼앗는다. 카인은 증오심의 원형이다. 저자는 “구약 도입부에 인간의 사악한 면이 가장 먼저 나온다. 이런 배치는 우리가 그런 모순과 추함을 갖고 있다는 것을 직시하라고, 그런 후에야 인간과 우주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47쪽)는 걸 보여준다고 한다. 자기의 성과를 권위 있는 존재에게 바치는 것은 인간의 성숙을 보여주는 초자아의 모습이라면 그 존재에 반항하는 것은 인간의 동물적 본능이라고 한다.

이어 욥, 요나, 요한, 베드로, 유다 등 20명을 통해 새로운 인간 이해와 통찰을 준다. 이유를 모른 채 고통 속에 던져진 욥. 욥과 그 친구들은 그 고통의 이유를 찾는다. 저자는 욥기의 핵심이 “무지한 말로 내 뜻을 어둡게 하는 이 자는 누구냐”(욥 38:2)라는 하나님의 질문에 있다고 본다(230쪽). 전지전능한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이성과 언어는 명백한 한계를 갖는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무지가 더 확인되는 것처럼 보인다. 욥기는 이런 인간 인식의 한계를 확인시켜준다.

요나서는 동화 ‘피노키오’와 유사한 성장기로 읽는다. 요나는 니느웨 사람들에게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이 온다”는 말을 전하기가 두려워 도망친다. 그러다 배에 오르고 바다에 빠져 물고기 뱃속에 들어간다. 이 비유는 ‘모성 콤플렉스’를 보여준다. 인생의 큰 도전 앞에서 자기를 보호해주는 ‘모성’으로 도피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요나서는 유아적 존재가 모성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어른이 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보여준다.

분석심리학을 통과한 성경인물은 지금 내 옆의 사람인 양 생생해진다. 신앙적 인물 해석에 익숙한 이들에게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이렇게 보는 성경 인물은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김상기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