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21일 MBC ‘100분 토론’에서 당내 경선 국면 과열로 불거진 ‘네거티브 공세’의 책임 소재를 놓고 격돌했다.
문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 말미에 ‘30초 찬스’ 발언을 신청해 먼저 포문을 열었다. 문 전 대표는 “우리가 지금은 경쟁하고 있지만 한 팀”이라며 “정말 네거티브만은 하지 말자고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네거티브에 의해 상대가 더럽혀지기 이전에 자기 자신부터 더럽혀진다”고 덧붙였다.
안 지사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후보 곁에서) 돕는 사람들이 문제”라며 “문재인 후보를 돕는 분들도 네거티브를 엄청 한다”고 응수했다. 문 전 대표는 “안 후보 뜻은 아니겠지만 주변에 네거티브에 몰두하는 분이 있다. 혹시라도 네거티브를 속삭이는 분이 있다면 정말로 멀리하거나 단속하셔야 한다”고 맞받았다. 이에 안 지사는 “어차피 많은 사람들이 선거운동을 하다 보면 몸싸움은 벌어지지만 그 화력은 문재인 후보 쪽이 제일 좋다”며 “문 후보님 주변도 노력해주셔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토론회에선 당초 예상과 달리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장’ 발언에 대한 공세는 없었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가 네거티브 설전을 들고 나온 건 안 지사를 겨냥한 측면이 크다. 특히 안 지사 측 의원 멘토단장인 박영선 전 원내대표를 염두에 둔 비판으로 해석된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전날도 문 전 대표의 ‘강물’ 발언을 ‘오물잡탕’이라고 비난하는 등 날 선 비판을 이어왔다. 두 사람은 2014년 세월호법 협상 결과와 비대위원장 선임 등을 놓고 갈등을 빚은 뒤 감정의 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사람은 “대연정 비판은 마땅히 토론해야 할 쟁점으로 네거티브와 다르다”(문 전 대표) “팟캐스트에서 상대 후보를 인신공격하는 건 정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안 지사) 등 설전을 이어갔다. 두 후보는 토론회 전 ‘네거티브하지 않겠다’고 각자 공언했지만 정작 네거티브를 주제로 감정싸움만 벌인 셈이 됐다.
후보들은 사드 배치, 대연정, 일자리정책, 복지정책 등 주요 사안에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심도 있는 검증이 빠진 ‘맹탕 토론회’가 반복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대선 경선 선거인단 신청자 수는 21일 오후 6시 기준 214만3330명을 기록했다. 2012년 대선 당시 선거인단 신청자 수인 108만명의 배에 가까운 규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문재인·안희정, 네거티브 자제하자며… 서로 “네거티브” 설전
입력 2017-03-22 0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