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애들레이드한인교회 김도영 목사는 몇 해 전 초등학생 딸과 한국을 방문했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숙소와 가까운 한 교회의 주일예배에서 진행됐던 성찬식 중 딸이 호주에서 하던 대로 떡을 집어 들자 집례자가 “애들은 안 된다”며 제지했다. 김 목사는 “그날 나와 딸 모두 너무 놀랐다”면서 “호주에선 유아세례만 받은 어린아이들도 부모가 허락할 경우 자유롭게 성찬식에 참여하고 있다. 사실 교인이라면 당연히 성찬에 참여토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호주연합교회뿐 아니라 미국장로교회나 성공회 등도 유아세례만 받으면 성찬식 참여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체코형제교단도 2006년 유아세례자들의 성찬식 참여를 결정했다. 체코에서 사역하는 이종실 선교사는 “교단에서 유아세례자들의 성찬 참여를 결정한 뒤 교회에서 부모의 동의를 전제로 어린아이들에게도 떡과 잔을 나누고 있다”면서 “체코교회가 성찬식 때 포도주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해 포도주스를 별도로 준비한 것만 다르지 모든 예전은 똑같이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세계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기독교대한감리회를 제외하고 대부분 교단이 일정 기간까지 유아세례자의 성찬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유아세례를 받고 14세가 지난 뒤 입교(入敎) 절차를 통해 스스로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고백해야 성찬 참여가 가능하다. 다만 교회 자체적으로 세례를 받은 유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성찬식을 하는 경우는 일부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입교 여부와 관계없이 세례를 받았다면 성찬 참여의 기회를 공평하게 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이성희 목사)은 교단 차원에서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위원 중 한 명인 영남신학대 김명실(실천신학) 교수는 ‘유아세례자의 성찬참여의 권리’라는 논문을 통해 유아성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는 초대교회부터 유아성찬을 해 왔고 초대교회 교부였던 어거스틴도 유아가 세례를 받았다면 어른과 차별 없이 성찬의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기록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13세기에 이르러 로마 가톨릭의 화체설(성찬 때 떡과 포도즙이 사제의 축복 등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한다는 교리)에 근거해 법적으로 금지됐는데 유아들이 성찬에 참여해 부주의로 (떡 등을) 흘리는 걸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유아성찬이 원래 교회의 전통이었던 만큼 할지 말지가 아니라 회복할지 여부만 논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 교인이 참여하는 성찬식을 하고 있는 장철근(순천 금당동부교회) 목사는 “성찬식 때 소외되는 아이들을 강대상 위로 나오게 해 성찬에 직접 참여하는 대신 별도의 빵을 준비해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아이들도 성찬의 의미를 알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어려서 안된다고요?… 유아세례자 성찬 참여 어떻게
입력 2017-03-22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