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비켜… 인도네시아로 향하는 한류

입력 2017-03-23 00:03
지난 20일 SBS-IN 개국 간담회에 참석한 소녀시대 수영, 최기환 아나운서, 모델 강승현(왼쪽부터). 오른쪽 사진은 지난 1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국-인도네시아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왼쪽)와 슈퍼주니어 이특. 아래 사진은 지난해 10월 현지 개봉한 첫 한국-인도네시아 합작 영화 ‘차도 차도’의 출연진. SBS, SM, CJ E&M 제공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결정 이후 중국 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본격화되면서 한류는 직격탄을 맞았다. 방송 가요 영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중국 진출길이 막혀버렸다.

활로를 모색하던 업계는 동남아로 고개를 돌렸고, 그 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했다.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건 SBS다. 자사 인기 프로그램을 인도네시아에 방송하는 한류 콘텐츠 전문채널 SBS-IN을 오는 27일 개국한다. ‘K팝스타’ ‘TV동물농장’ ‘정글의 법칙’ ‘스타킹’ ‘인기가요’ 등 예능·교양·드라마에 인도네시아어 자막을 넣어 내보낸다. 배드민턴 스타 이용대와 최기환 SBS 아나운서가 채널MC로 나선다.

SBS-IN은 개국일부터 4주간 ‘한류스타 데이’를 특별 편성한다. 엑소 빅뱅 슈퍼주니어 송중기 송혜교 이민호 박신혜 김수현 박보검 등의 출연 프로그램을 종일 방송해 채널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다음 달 22일부터는 소녀시대 수영과 모델 강승현이 진행하는 새 패션·뷰티 프로그램 ‘스타일 팔로우’를 선보인다.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중 한 곳인 SM엔터테인먼트도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국-인도네시아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현지 K팝 인기, 향후 계획 등을 소개했다. 눈에 띄는 내용은 현지에서 아이돌 오디션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총괄 프로듀서는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지역 오디션을 개최해 글로벌 그룹 NCT의 아시아 팀에서 활약할 멤버를 선발할 예정”이라며 “동남아 기반의 현지화그룹으로 프로듀싱해 전 세계적인 스타로 육성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SM은 매년 인도네시아에서 소속 아티스트들의 콘서트도 연다.

영화계 역시 인도네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문화기업을 표방하는 CJ가 앞장섰다. ‘CGV 블리츠’라는 브랜드로 현지 극장사업에 나선 CJ CGV는 2013년 진출 이래 매년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처음 연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13년부터는 ‘한국-인도네시아 영화제’를 주관하고 있기도 하다.

CJ E&M은 한국 콘텐츠 기업 중 최초로 인도네시아 영화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10월 첫 한-인니 합작영화 ‘차도 차도(CADO CADO)’를 선보였다. 현지 제작사와 2014년부터 공동 기획해 투자·제작·마케팅까지 협업한 작품이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현지 사업을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인도네시아가 차세대 한류 요충지로 기대되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세계 4위의 인구수(약 2억6000만명)를 갖추고 있는데다 유료 방송시장이 급격히 성장 중이다. 동남아의 허브로서 인근 국가들로의 진출 교두보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혁 SBS 미디어비즈니스 센터장은 “인도네시아는 한국에 대해 호의적인 편이며, 한국 문화 자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인도네시아에서 통하면 전 세계로도 쉽게 파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