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제주, 풋향기 속으로…

입력 2017-03-23 00:03
제주관광공사는 완연한 봄을 맞아 ‘4월 제주, 꽃길만 걸어요’라는 주제로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관광 추천 10선을 발표했다. 10선은 오름·트레킹·마을·자연·관광지·포토스폿·음식 등 7가지 분류로 나눴다. 제주관광정보 사이트(www.visitjeju.net)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팝콘처럼 피어나는 벚꽃 가로수길(제주대 입구, 관음사, 위미리 일주도로)=제주의 벚꽃은 원조 왕벚나무가 많아 더 크고 탐스럽다. 제주대 입구는 대표적인 왕벚나무 벚꽃길이다. 왕벚꽃 자생지로 유명한 관음사에는 명품숲 조성을 위해 모본으로 삼은 ‘기준어미나무’가 있다. 나무 형태가 웅장하고 꽃 모양이 아름답다. 왕벚꽃은 아니지만 위미 1리에서 2리로 이어지는 위미리 일주도로도 한적한 시골마을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벚꽃길이다.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제주시 전농로, 제주대 입구, 애월읍 장전리 일대에서 제주왕벚꽃축제가 열린다.

소박한 야생화와 유채꽃의 하모니(대록산)=넓은 평야 위에 살포시 앉은 거대한 사슴 한 마리. 봄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야생화와 유채꽃이 이 거대한 사슴과 친구가 되려는 듯 재잘댄다. 큰 사슴을 닮았다고 해서 ‘큰사슴이 오름’으로 불리는 대록산은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해 있다. 이 일대는 조선시대 국영목장이었던 산마장 중 가장 규모가 큰 녹산장과 최고 등급의 말을 사육했던 갑마장이 설치될 만큼 제주 목축문화의 역사를 잘 드러내는 곳이다. 이 일대 오름(산봉우리)과 목장, 평원을 연결해 만든 약 20㎞의 갑마장길은 도보여행자들에게 인기다. 봄에 만발한 유채꽃 길이 아름답고 오르기에 높지 않다.

◇등산이 부담스러울 땐 둘레길(동백길)=한라산 국립공원 내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를 둘러싸고 있는 80㎞의 한라산 둘레길은 동백길, 돌오름길, 수악길, 사려니숲길, 천아숲길 등 5개의 코스로 돼 있다. 동백길은 제주 항일운동의 발상지인 무오법정사에서 돈내코 탐방로까지 13.5㎞다. 이 길은 난대림지역의 대표적인 수종인 동백나무가 최대군락지를 이루고 있다. 주둔소, 화전민터 등 4·3사건의 아픈 역사가 새겨진 장소들도 있다.

◇꽃처럼 피어난 포구를 지나 제주 4·3의 역사적 현장을 만나다(북촌포구, 너븐숭이 4·3기념관)=북촌은 아름답고 작은 포구 마을이지만 마을 사람들에게는 슬픔으로 다가온다. 4·3사건 당시 400여명이 넘는 마을 사람들이 스러져간 곳으로 현기영의 소설 ‘순이 삼촌’의 배경이 됐다. 다려도를 볼 수 있는 포구에 서면 슬픈 마을을 품에 안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다. 2016년 완성된 ‘4·3길’이나, 북촌포구·환해장성·몬주기암을 지나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비극의 과거를 상생의 미래로 연결하기 위해 만든 너븐숭이 4·3기념관 방향으로 걸어보는 것도 좋다.

◇유채를 만나는 제주 지질트레일(산방산 용머리 지질트레일 A코스)=‘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등재돼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제주의 지질을 활용해 만든 지질트레일. 그 중 산방산 용머리 지질트레일 A코스는 80만년 지구의 시간을 품은 용머리해안과 산방산을 중심으로 한 지질자원을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사계리, 화순리, 덕수리 등 주변마을의 역사와 문화 속에 들어가 볼 수 있는 코스다. 용머리해안에서 사계포구를 거쳐 형제해안로, 대정향교, 산방산을 거쳐 다시 용머리해안으로 돌아오는 13㎞의 코스에는 유채꽃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사랑을 부르는 벚꽃과 백서향의 축제(제주곶자왈도립공원)=곶자왈은 나무, 덩굴식물, 용암으로 만들어진 암석 등이 뒤섞여 밀림처럼 보이는 곳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이다. 제주곶자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특별한 곳이다. 제주곶자왈도립공원은 4월이면 숲 속에 피어난 백서향과 벚꽃을 하나의 그림에 담을 수 있는 곳이다.

◇청보리가 꽃처럼 핀다(가파도 올레길)=4월과 5월, 가파도의 청보리는 꽃처럼 피어난다. 60만㎡에 달하는 넓은 청보리밭의 푸른 물결이 춤을 춘다. 섬 둘레를 따라 걸을 수 있는 해안 산책로와 마을을 관통하는 올레길이 있어 청보리밭 사이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올레길은 10-1코스로 상동포구에서 출발해 바다를 따라 내려오다 가파도의 중앙을 가로질러 하동포구 쪽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4㎞ 정도밖에 되지 않고 코스가 쉬워 한두 시간이면 걸을 수 있다. 올해 청보리 축제는 열리지 않는다.

◇담벼락과 길가에 피어난 예술 꽃(걸매예술마을, 이중섭거리)=걸매예술마을은 2007년 서귀포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졌다. 마을에는 벽화가 꽃처럼 피어 있다. ‘풍경이 있는 오솔길’이라고 명명된 길에 소박한 마을 풍경과 골목길에 어우러지는 아담한 벽화와 설치물들이 전시돼 있다. 골목길이 끝나는 지점 ‘별빛 전망대’에서 걸매생태공원과 삼매봉, 한라산을 조망할 수 있다. 주변에는 화가 이중섭거리도 조성돼 있다. 피난 당시 이중섭이 거주했던 초가를 중심으로 이중섭미술관과 작가의 산책로, 독특한 조형물이 있는 탐방로가 조성돼 있고 주말에는 문화예술시장이 열린다.

◇초록물결 포토스폿(서귀다원, 올티스다원, 오늘은 녹차한잔)=새로 나기 시작한 녹차잎을 담을 수 있는 4월은 초록물결이 넘실대는 녹차밭에서 인생샷을 찍기에 좋다. 서귀포의 서귀다원, 조천의 올티스다원, 표선의 오늘은 녹차한잔에서는 녹차밭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녹차로 만든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 등을 즐길 수 있다.

◇바다의 꽃 은빛멸치와 과일의 여왕을 만나다(멜국, 멜조림, 천혜향)=제주어로 멸치를 의미하는 ‘멜’. 멜국은 제주인들의 소울푸드로 불리며 사랑받는 대표음식이다. 어른 손가락만한 크기의 멜은 살이 통통하게 올라온 4월에 맛이 더 좋다. 국이나 조림에서 비린내가 나지 않고 담백하다. 단백질과 칼슘, 타우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4월 제주 과일의 여왕은 단연 천혜향이다. 오렌지와 감귤을 더해 만든 품종으로 신맛이 적고 당도가 높은데다 과즙이 풍부하다. 비타민C와 구연산 등 피부에 좋은 무기질이 가득하다(관광산업처 064-740-6922).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