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2시10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상아색 수의(囚衣) 차림의 최순실(61·구속 기소)씨가 들어섰다. 법대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한 최씨는 힘없는 걸음걸이로 피고인석을 향했다. 안종범(58·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오른쪽 허리를 손으로 부여잡은 채 뒤따라 들어왔다. 법원에서 200여m 떨어진 서울중앙지검 1001호 조사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후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날 서울 서초동 법원·검찰청에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안 전 수석 등 국정농단 사태 핵심 피고인이 총집합했다. 이들은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직권남용·뇌물’ ‘최씨 딸 정유라씨 이화여대 입학·학사 특혜’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을 두고 각각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 등의 직권남용·강요 혐의 22차 공판에는 KT 김인회 부사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김 부사장은 KT가 더블루케이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에서 각각 연구 용역과 스키단 창단을 강요받은 과정 등을 증언했다. 더블루케이와 영재센터는 모두 최씨가 설립·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는 차분한 얼굴로 재판 기록을 검토하거나 증언 내용을 메모했다. 재판 말미에도 발언권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후 3시45분 재판이 끝나자 최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갔다. 최씨 측 최광휴 변호사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고 있다”고 했다.
같은 시간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에서는 정유라씨의 ‘이대 입학·학사 특혜 비리’ 2회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구속 상태인 최경희 전 이대 총장과 남궁곤 전 이대 입학처장 등이 구속 전 입었던 검은색 코트와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섰다. 최씨 측에서는 이경재 변호사만 자리했다.
이 변호사는 “최씨가 자신의 잘못으로 최 전 총장을 비롯한 훌륭한 교수들이 옥고를 치르게 해 대단히 가슴 아프고 면목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최 전 총장과 교수진 등에게 입학과 학점 특혜를 부탁한 적이 없다”며 혐의는 부인했다. 또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게 딸 정씨가 이대에 지원했다는 말은 했지만 합격을 부탁한 적은 없다고 했다. 최씨가 정씨가 다녔던 서울 청담고 교사에게 30만원을 준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사교적 인사에 불과했다”며 “특검이 정씨 고교 재학 시절 일까지 기소한 건 최씨에 대한 분노의 감정을 공소장에 이입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전에는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문화계 블랙리스트 피고인 7명의 준비절차가 진행됐다. 구속 상태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모두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음달 6일 김 전 실장을 블랙리스트 작성의 배후로 지목했던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증인으로 불러 본격 재판을 진행키로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朴 전 대통령까지… 서초동에 모인 ‘국정농단 주역’
입력 2017-03-21 18:20 수정 2017-03-21 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