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종 악재에 휩싸이면서 궁지에 몰리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를 공식화한 데다 트럼프 측이 주장했던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도청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결론났다. 트럼프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고 있고, 야심작인 트럼프케어(건강보험 개혁안)의 의회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겨우 취임 2개월이 지난 트럼프에게 최대 정치적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20일(현지시간)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가 결탁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그는 수사 대상과 내용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매우 복잡한 수사이고, 언제쯤 끝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코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싫어해 트럼프를 도우려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해치고, 그녀(클린턴)를 해치며, 그(트럼프)를 돕길 원했다”며 “푸틴은 클린턴을 너무 싫어한 나머지 동전의 양면처럼 다른 사람은 확실히 선호하게 됐다”고 밝혔다.
CNN방송은 코미의 발언에 대해 지금까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둘러싼 시도와 관련해 미 정보기관의 평가 중 가장 명백한 설명이라고 평가했다.
코미는 트럼프가 계속 주장해온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럼프타워 도청 지시 의혹에 대해서도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보를 찾지 못했다”며 “FBI 내부에서 철저히 조사했고, 법무부도 같은 의견”이라고 정면으로 부인했다. 또 “영국 정보기관이 트럼프타워 도청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자신의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해 ‘가짜 뉴스’로 치부하면서 오바마 정부 당시 정보기관의 기밀유출 의혹과 클린턴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제기하며 물타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역공에도 불구하고 FBI가 수사를 시작한 만큼 ‘러시아 게이트’는 트럼프에게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다음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외무장관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은 채 러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미국이 전통적 동맹보다 트럼프와 밀월관계인 러시아를 더 중시한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이미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지난 18일 여론조사 기관 갤럽의 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은 한 주 전보다 8% 포인트 낮은 37%로 떨어졌다.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낮은 지지율이고, 취임 2개월 기준으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치다. 트럼프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조만간 하원 표결을 앞둔 트럼프케어가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트럼프케어까지 좌초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 동력은 급속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위기의 트럼프… 러시아와 내통 본격 수사
입력 2017-03-22 00:00 수정 2017-03-22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