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35)는 요즘 한국 현대무용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젊은 안무가다. ‘아트프로젝트보라’를 이끌고 있는 그는 1년치 공연 스케줄이 이미 잡혀 있다. 오는 24∼2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르는 신작 ‘인공낙원’을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쉴 틈이 없다. 해외공연의 경우 브라질 홍콩 일본 영국 미국 이탈리아 에스토니아 등 6개국에서 확정됐거나 조율 중이다. 또래 안무가들 중에서는 독보적이다.
21일 서울 강남구 아트프로젝트보라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내게 안무란 신체로 세상을 그리는 것이다. 순간 속에 사라져 버리는 춤과 달리 안무는 그 순간의 상태, 에너지까지 포착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낙원’은 신체와 우리를 둘러싼 자연의 상호작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 그는 무용수로 먼저 주목받았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큰 움직임과 강력한 에너지는 무대에서 그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안무에 좀 더 관심이 있었다. 2012년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에서 선보인 ‘혼잣말’이 그랑프리를 수상한 뒤 안무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꼬리언어학’ ‘각시’ ‘소무’ ‘땡큐’ ‘프랑켄슈타인’ 등 여러 작품을 선보였고, 이들 대부분이 해외 무용 페스티벌의 초청을 받았다. 그는 “안무를 할 때 관객만을 목표로 하는 작품은 흥미롭지 않다. 내가 무용수를 통해 관객에게 갈 수 있는 길을 찾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에 관객이 함께함으로써 작품이 만들어진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르와 공간의 개념을 허물고,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해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특히 같은 작품이라도 재공연 때 대폭 수정을 가한다. 그는 “한번 공연을 올렸다고 해서 완성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때부터가 시작이라고 보고 내가 성장하는 것에 따라 계속 발전시키고 싶을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남편 김재덕과 함께 스타 안무가 커플로 유명하다.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의 리더인 김재덕은 아내보다 먼저 해외에서 각광받았다. 그는 “김재덕과 나는 스타일이 완전 반대다. 그래서 서로의 작품은 잘 보지 않는 편”이라며 웃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김보라 “내게 안무란 신체로 세상을 그리는 것”
입력 2017-03-21 21:14 수정 2017-03-22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