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 거래제 느슨해진다

입력 2017-03-21 19:06
온실가스를 사고파는 배출권거래제도의 적용 조건이 일부 완화된다. 기업이 해외에서 감축한 실적을 국내에서 인정하는 방식 등이 시행된다. 기업 입장에서 호재다. 반대로 국내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권한대행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 내용은 두 가지다. 정부는 시설의 신·증설을 고려해 배출권을 미리 할당하도록 한 것을 준공 이후 할당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신·증설 계획 때문에 배출권을 좀 더 받은 업체의 할당량을 줄여 배출권이 부족한 업체에 나눠주겠다는 취지다. 기업이 해외에서 감축한 실적을 국내에서 인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2021년부터 적용하려던 것을 내년으로 앞당겼다.

이번 조치는 할당받은 양보다 더 많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기준으로 602곳인 배출권 대상 업체는 1차 계획연도(2015∼2017년) 기간 동안 15억9700만t의 온실가스만 배출할 수 있다. 할당량보다 많이 배출한 곳은 배출권 거래시장에서 부족분을 사서 채우거나 내년도 배출량을 당겨 쓸 수 있다. 다만 판매 물량이 적어 내년도 배출량을 차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522곳의 대상 업체 중 210곳(40.2%)이 배출량을 앞당겨 썼다. 1차 계획연도 마지막인 올해는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보니 정부 차원에서 나선 것이다. 해외 감축 실적 인정은 할당량이 더 줄어드는 2차 계획연도(2018∼2020년)를 감안했다.

문제는 해외 감축 실적을 미리 인정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해외 사업에서 감축한 부분을 당장 인정받게 되면 국내에서 온실가스 저감시설 설치 등에 투자하지 않거나 투자를 줄일 것으로 본다. 국내만 보면 악재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가 줄면 국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폭도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