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은 미래의 땅… 기도로 생기 불어 넣을 것”

입력 2017-03-22 00:00
소구영 한국농선회 신임 회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사무실에서 농어촌목회의 현실과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초대 회장님(김범일 장로)이 기초를 닦으시고 2대 회장님(김웅길 장로)이 건축을 하셨으니 이제 그 집을 영적인 교제로 채우는 일이 제게 주신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 ㈔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농선회) 사무실에서 21일 만난 소구영(77) 신임회장은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소 회장은 1996년 3월 설립한 농선회의 창립 멤버다. 농선회와 21년을 함께해오는 동안 부회장, 농어민을 위한 기도모임 위원장 등을 지내며 묵묵히 농어촌 선교현장에 위로와 격려의 씨를 뿌려왔다.

“능력도 자질도 부족해 수차례 회장직을 고사했다”는 그의 말이 의례적 겸손으로 들리지 않았던 건 선배들에게 물려받은 소박함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농선회 사무실엔 회장 이름이 새겨진 방과 책상은 물론 명패도 없다.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갖는 흔한 취임식도 따로 갖지 않았다. 대신 전북 김제의 한 농촌 목회자가 축하의 마음을 담아 손수 적어 보내준 ‘주(主)는 그리스도시요’ 붓글씨를 소개하며 농선회의 사역 방향을 소개했다.

소 회장은 “목사가 교회의 주인 행세를 하는 모습이 지탄받는 이 시대에 오직 주님만이 주인이신 농선회, 하나님의 말씀 위에 선 농선회가 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 전도의 위기, 목회자의 낙심으로 이어지는 농어촌 사역현장의 고달픈 현실을 짚으면서도 여전히 희망이 있음을 역설했다.

“생산할 땅과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자연환경이 있는 한 사람들의 발길은 결국 농어촌을 향하게 될 겁니다. 귀농 인구의 증가와 해외에서 온 이주민의 유입도 하나의 단면이죠.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사라지는 직업도 있겠지만 새로 탄생하는 직업군도 있을 겁니다. 쉼, 힐링,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농촌이 ‘미래의 땅’이라 불리는 현상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소 회장은 다가오는 시대를 준비하는 농어촌 목회자의 필수요소로 ‘기도와 말씀을 통한 개혁’을 꼽았다. 그는 “농어촌을 ‘생의 터전’이라 여기는 목회자의 기도는 힘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최근까지 조류독감(AI)과 구제역 등으로 몸살을 앓은 농어촌 현장에선 진심을 담은 위로와 기도가 화학적인 방역보다 더 큰 위로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어촌 목회자들에게 힘과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사역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1998년 시작해 매달 한차례 진행되는 농어민을 위한 기도모임, 두 달에 한 번 열리는 농어촌 목회학교는 농어촌 목회자 힐링의 산실”이라며 “농선회뿐 아니라 한국교회와 성도들의 위로와 협력이 농어촌 목회 현장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라고 전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