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행인 때리고 달아난 미군 일병 “클럽서 시비붙었던 사람인줄 알고…”

입력 2017-03-21 18:18 수정 2017-03-21 18:59

홍대 앞에서 행인을 때려 기절시키고 달아난 미군이 한 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평택 미군기지 소속 A일병(20)을 상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직장인 정모(34)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5시쯤 서울 마포구 홍대 앞 ‘상상마당’ 주변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다 골목길 맞은편에서 흑인 5명이 걸어오는 모습을 봤다. 일행 중 빨간 바지에 흰 셔츠를 입은 A일병이 유독 눈에 띄었다. 키가 180㎝쯤 돼 보였고 몸은 다부졌다. A일병 일행이 한두 걸음 다가오자 정씨는 왼쪽으로 비켜서 길을 텄다.

그런데 정씨의 눈앞이 갑자기 번쩍였다. 정씨는 “A일병의 주먹이 내 오른쪽 관자놀이로 날아오는 장면만 기억이 난다”고 했다. 정씨의 친구는 바닥에 쓰러진 정씨를 흔들어 깨웠다.

이내 정신을 차린 정씨는 친구와 함께 A일병을 쫓으며 경찰에 신고했다. 당황한 A일병도 내달리기 시작했다. 추격전은 이들이 서교동 사거리에 이르기까지 20여분 동안 이어졌다.

도망가던 A일병은 정씨를 따돌리려고 택시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정씨가 택시를 향해 “지금 탄 승객은 사람 때리고 도망가는 사람”이라고 외치자 택시기사는 A일병을 태운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A일병은 얼른 택시에서 내려 다시 뛰었다. 정씨와 친구는 온 힘을 다해 쫓았지만 끝내 두 갈래 길에서 A일병을 놓쳤다.

경찰은 약 한 달 동안 CCTV 수십 개를 봐가며 A일병을 추적했다. CCTV에는 A일병이 서울역을 거쳐 평택 미군부대로 움직인 것이 포착됐다. A일병은 경찰에서 “클럽에서 시비가 붙었던 사람인 줄 알고 정씨를 때렸다”고 털어놨다.

글=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