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인류 최악의 인종청소’로 불리는 1994년 르완다 대학살에 가톨릭교회 사제와 수녀가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고 뒤늦게 용서를 구했다. AFP통신과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란치스코는 20일(현지시간) 바티칸에서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을 만나 “복음주의 사명을 저버리고 증오와 폭력에 굴복한 가톨릭 사제의 죄에 신의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르완다 정부는 20여년간 교황청과 르완다 가톨릭 주교회에 지속적으로 사죄를 요구했다. 그러나 가톨릭계는 성직자 개인이 저지른 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책임을 회피했다. 교황의 사죄는 르완다 가톨릭 주교회가 지난해 11월 “교회 구성원이 종족 학살을 계획, 공모, 실행했다”며 “학살 기간 모든 잘못을 사죄한다”고 용서를 구한 뒤 이어 나온 것이다.
르완다 대학살은 다수 부족인 후투족 강경파가 소수 부족을 학살한 사건이다. 후투족 출신 쥐베날 하브자리마나 르완다 대통령이 탑승한 여객기가 격추되면서 종족 갈등이 촉발됐다. 후투족은 사건을 투치족의 소행으로 보고 100일간 투치족과 후투족 온건파 80만여명을 보이는 대로 죽였다. 난도질을 하거나 때려죽이는 등 살해 방법도 잔혹해 악명을 떨쳤다.
당시 일부 가톨릭 사제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후투족 강경파와 결탁해 만행을 저질렀다. 피신할 곳을 찾아 교회로 온 수천명은 교회 안에서 학살당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가톨릭 ‘르완다 대학살’ 뒤늦은 사죄
입력 2017-03-21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