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예산파동에… 문 닫는 보육시설 속출

입력 2017-03-22 05:00

전국의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들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출산율 저하에다 수년째 반복된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 예산파동 등으로 문을 닫는 보육시설도 속출하고 있다.

21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따르면 수급 불균형으로 원생을 제대로 채우지 못해 운영난에 허덕이는 유치원이 늘고 있다. 국가가 재정을 책임지는 공립유치원을 제외하고 교육부와 여성가족부가 각각 관할하는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모두 사정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유치원총연합회 광주광역시지회는 전체 194곳의 사립유치원 가운데 올 들어 10여곳이 휴원이나 폐원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정상 운영 중인 유치원의 원생 모집 충원율은 평균 70%선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치원 정원은 10명이지만 겨우 7명만 채웠다는 의미다.

누리과정 예산파동으로 인한 어린이집 경영난도 심각하다. 전북지역에서는 지난해 누리과정 예산지원이 한시적으로 중단되면서 보육교사들의 집단 이직이 잇따랐다. 2016년 3월 1800여명이던 이 지역 보육교사 수는 5개월 만에 1580여명으로 220여명이나 줄었다. 2015년 말 1620개였던 전북지역 어린이집은 지난해 8월 말 1580개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지역 민간·가정어린이집 수도 감소 추세다. 이 지역 민간·가정어린이집은 1240곳(사회복지법인, 법인단체 어린이집 제외)으로 2014년 1373곳에 비해 133곳이나 줄어들었다. 반면 국·공립 및 직장어린이집은 현재 96곳으로 2014년 60곳에 비해 크게 늘었다. 출산기피로 영·유아가 급감한데다 젊은 부모들이 양육비 부담이 없는 국·공립 및 직장어린이집을 선호하면서 민간·가정어린이집 사정이 더욱 악화됐다.

충북지역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 어린이집은 2월 말 현재 1209곳으로 2014년 1229곳 보다 20곳이 줄었다. 사립유치원은 2014년 93개, 2015년 92개, 2016년 94개로 큰 변동이 없다. 하지만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학급당 원생 수는 10% 이상 감소해 경영난을 부채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과 사설유치원들의 휴·폐업이 줄을 잇는 것은 무엇보다 출산율이 낮기 때문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박종우(48) 홍보이사는 “신흥 아파트단지 주변에나 유치원이 한 두 곳 신설될 뿐 사립유치원 대부분이 휴·폐원 여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려는 데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전국종합 swjang@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