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기오염도가 일시적으로 세계 두 번째 수준으로 치솟는 등 국내 공기 질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가 국내 오염원 차단에 나서고는 있지만 중국발(發) 미세먼지에는 속수무책이다. 기후변화 여파로 대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는 날이 많아져 공기 질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세계 대기오염 실태를 측정하는 다국적 커뮤니티 에어비주얼(AirVisual)은 21일 오전 7시(한국시간) 서울의 공기품질지수(AQI·Air Quality Index)가 179라고 밝혔다. 187을 기록한 인도 뉴델리에 이어 두 번째로 공기 질이 나빴다. 인천도 139로 세계 8위를 차지했다.
AQI가 높을수록 대기오염이 심하다는 뜻이다. 에어비주얼은 대기 중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₂), 이산화황(SO₂) 등 오염물질의 양을 종합해 AQI를 산출한다.
서울과 인천 일부, 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는 전날부터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돼 13시간 만인 오전 11시에야 해제됐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시간당 초미세먼지의 평균 농도가 ㎥당 90㎍으로 2시간 이상 지속할 때 발령된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오염물질의 60∼80%는 중국에서 넘어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우선 국내 미세먼지가 중국 탓이란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입증하더라도 조약처럼 법적 구속력 있는 장치가 없으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국에) 항의해도 외교 갈등만 야기한다는 게 국제법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중국도 미세먼지에 관심이 많으므로 인내심을 갖고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미세먼지 대책은 지엽적이란 평가다. 화석연료 위주인 에너지 정책을 바꾸는 것에는 소극적이면서 지엽적인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환경부는 건설공사장과 불법연료 사용, 불법소각 행위 등을 5월까지 특별 단속한다고 밝혔다. 또 미세먼지 용어를 변경했다. 미세먼지를 부유먼지로, 초미세먼지를 미세먼지로 부르기로 했다. 부유먼지와 미세먼지를 함께 아울러 흡입성 먼지라는 명칭도 사용한다.
이도경 이가현 기자 yido@kmib.co.kr
서울 공기 질, 세계 두 번째로 나빴다
입력 2017-03-21 17:49 수정 2017-03-21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