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의 창 vs 朴 방패… 이원석·한웅재 부장검사 vs 유영하·정장현 등 변호인 9명

입력 2017-03-21 18:17 수정 2017-03-22 00:41
박근혜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 검찰 출두 직전 변호인단을 만나 “정말 수고가 많다”고 인사를 건넸다. 박 전 대통령 공식 변호인단 9명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부터 대리인으로 활동했다. 변호인단 중 청와대 참모나 검사장 출신 법조인은 한 명도 없다.

서울중앙지검 조사 현장에는 변호인 6명이 동행했다. 조사실에는 유영하 정장현 변호사가 함께 들어가 번갈아가며 박 전 대통령 옆자리를 지켰다. 유 변호사는 2004년 검찰에서 퇴직했고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통령 캠프에 입성했다. 친박 중 친박으로 꼽힌다. 정 변호사는 2000년 부부장검사를 끝으로 퇴직했다. 손범규 서성건 이상용 채명성 변호사는 조사실 옆 대기실에서 조사를 지원했다. 손 변호사는 한나라당 소속 18대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이번 사건 언론 대응을 맡았으며 이날 대기실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조사 상황 관련 취재에 응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방패를 뚫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이원석 특수1부장과 한웅재 형사8부장을 조사에 투입했다. 이 부장은 검찰 내 손꼽히는 특수통이다.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수사했다. 한 부장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부장검사를 지냈고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의혹 사건 초기부터 수사에 참여했다. 한 부장은 지난 1월 최순실씨 첫 재판에서 “대통령이 (최씨와) 공범이라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했었다.

한 부장이 이날 오전 9시35분쯤부터 먼저 박 전 대통령과 마주앉아 11시간가량 미르·K스포츠재단 부분 등 혐의 전반을 조사했으며, 이 부장은 오후 8시40분쯤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뇌물죄 관련 의혹을 중점적으로 신문했다.

전례에 비춰보면 전직 대통령 형사 사건을 대형 로펌이나 내로라하는 특수통 출신 법조인이 변호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정치색이 짙은 사건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개 청와대 핵심 참모 출신들이 변호를 맡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2·12 군사반란 혐의 등으로 1995년 수사를 받을 때 청와대 사정수석을 지낸 이양우 변호사를 선임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같은 사건에서 검찰에 소환될 때 김유후 전 사정수석을 대동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선임했다.

박 전 대통령 측도 최재경 전 민정수석에게 변호인단 합류를 요청했지만 최 전 수석 측이 완곡하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상도 전 수석은 자유한국당 현직 의원이고 우병우 전 수석은 본인이 검찰 수사를 받는 처지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