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vs 박근혜… 檢 앞에 선 두 전직대통령, 신분·혐의·여론 천양지차

입력 2017-03-21 17:56
김수남 검찰총장이 2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복도를 걸으며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김 총장은 이날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했다. 이병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검찰 조사는 8년 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소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대통령을 지냈던 인물이라는 공통점만 빼고는 검찰 조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구체적으로 적용된 혐의, 구속 여부를 둘러싼 여론 등 모든 상황이 천양지차였다.

파면된 대통령 vs 퇴임한 대통령

박 전 대통령을 향한 국정농단 의혹은 집권 4년차에 불어닥쳤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거치면서 불어난 13개 혐의는 파면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파면된 최초의 대통령일 뿐 아니라 검찰에 소환된 첫 파면 대통령이 됐다. 노 전 대통령도 2004년 탄핵심판대에 올랐지만 헌재는 탄핵 청구를 기각했다. 검찰 수사는 노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이후 후임 정권에서 진행됐다.

적용된 혐의도 차이가 크다. 노 전 대통령은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를 받았다. 2007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대통령 관저에 전달한 100만 달러와 2009년 조카사위 연철호씨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가 대상이었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수뢰와 직권남용,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 기밀누설 등 5가지 죄명이 적용됐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 뇌물수수부터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청와대 기밀문건 유출 등 구체적 혐의는 13가지에 달한다. 박 전 대통령 수사가 단순히 권력형 뇌물 비리를 캐는 수준이 아니라 국정농단 전반을 겨눈다는 의미다. 친인척 비리가 문제가 됐던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은 각종 범행에 직간접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는 점도 차이다.

끌고 간 수사 vs 떠밀린 수사

두 전직 대통령 수사를 둘러싼 여론도 다르다. 2009년 4월 30일 노 전 대통령 소환 당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10명 중 7명(70.6%)으로 압도적이었다.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27.1%에 그쳤다. 노 전 대통령 수사가 정권 차원에서 진행된 하명수사라는 비판이 많았던 당시 여론이 반영됐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소환 통보에 즉시 응했다. 경남 김해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와 대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서 “면목 없는 일이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수사 총책임자였던 임채진 검찰총장은 옷을 벗었고, 수사를 담당했던 대검 중수부는 정치적 기획수사의 전형으로 지목돼 해체의 길을 걸었다.

박 전 대통령을 보는 여론은 정반대다. 지난 5일 국민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 의견이 78.2%였다. 헌재 파면 결정 이후에는 동정론이 커질 것이란 예단도 있었지만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여전히 70%를 훨씬 넘는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성난 민심이 검찰을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떠미는 모양새다. 1기 특수본 수사가 진행되던 중에 국회가 특검법을 통과시키고, 박영수 특검이 중간에 수사 바통을 넘겨받았던 것도 철저한 수사를 바라는 여론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1기 특수본과 특검의 대면조사 요구를 수차례 거부했던 박 전 대통령은 파면 이후에야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 섰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글=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