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는 최근 법정에서 “국가적 불행 사태와 대통령 파면이라는 원죄에 국민께 사과드린다”며 뒤늦은 후회를 했다. 최씨와의 일그러진 관계는 끝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검찰 조사실에 앉게 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13개 혐의는 모두 최씨와 연결돼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최씨의 부친 최태민씨로부터 비롯됐다. 박 전 대통령은 최태민씨가 1975년 설립한 대한구국선교단 명예총재를 맡았다. 네 살 어린 최순실씨는 79년 새마음대학생총연합회장으로, 86년 육영재단 부설 유치원장으로, 89년엔 박 전 대통령이 이사장인 한국문화재단 부설연구회 부원장으로 있으면서 박 전 대통령 곁을 맴돌았다.
박 전 대통령이 90년 지금의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이사할 때도 최씨가 모친 임선이씨와 함께 집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대금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대통령이 98년 4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진출하자 최씨의 남편 정윤회씨가 대외적으로 보좌했다. 박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최씨가 영부인처럼 청와대 관저와 이른바 ‘안가’의 인테리어 공사부터 대통령 의상 제작까지 도맡았다.
그는 공무차량을 타고 청와대를 제집 드나들 듯했고, 박 전 대통령과의 ‘차명폰 핫라인’을 통해 수시로 국정에 개입했다. 공적 업무와 사적 영역 가릴 것 없이 최씨의 그림자가 짙어진 것이다.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문 등 최씨를 둘러싼 비정상 상황에 대한 경고음이 계속 나왔지만 박 전 대통령은 그의 존재를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국정농단 수사가 진행되고 최씨의 불법적 행적이 속속 드러나자 박 전 대통령은 “인생 최악의 배신을 당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박 전 대통령 자신도 최씨를 따라 법의 울타리를 넘어선 상태였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끝내 검찰 조사실 앉게 한 박근혜-최순실 40년 악연
입력 2017-03-21 1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