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면 내가 대면조사 한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지난해 12월 특검 임명 직후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대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최고 권력자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받는 일은 내로라하는 특수통 가운데서도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는 일로 통한다. 1995년 11월 1일 대검찰청 10층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을 조사했던 김진태 당시 중앙수사부 연구관은 18년 후 검찰총장이 됐다.
대통령 직접 신문이 꼭 요직의 코스로 통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수사에 투입된 검사들도 명예를 내세우지 않는다고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실력은 인정받겠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은 소위 ‘기스(흠집)’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에서 회자되는 사례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우 전 수석은 2009년 4월 30일 중수1과장으로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10시간 넘게 신문했다. 당시 우 전 수석이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노무현씨, 당신은 더 이상 대통령도 아니고 사법시험 선배도 아닌…”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을 대통령님이라 불렀고, 노 전 대통령은 우 전 수석을 검사님이라 호칭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 우 전 수석은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고 공직을 떠났다. 변호사로 활동하던 그는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에 올랐다. 이후 2년 이상 국내 사정(司正)기관을 총괄 지휘하며 주목을 받았다. 권력이 크다 보니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을 겸직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노 전 대통령 맞은편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이어가던 그는 이제 자리를 바꿔 후배 검사들의 질문을 받아야 한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그의 구속영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한 차례 기각됐지만 특검은 수사 여력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2기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한 투자자문사에서 우 전 수석의 가족회사로 송금된 자금의 성격을 분석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사 출신인 제가 볼 때 대통령 수사보다 어려운 것이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라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을 직무대리 중인 이창재 법무부 차관은 “검찰에서는 제 살을 도려낸 사건도 많이 있었다”며 “국민들의 검찰에 대한 신뢰가 저하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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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3-21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