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북한이 선보인 신형 고출력 엔진이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방부도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만 남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미국 본토까지 북한 ICBM 사정권 내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 영변 핵단지 규모가 과거의 배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추가 도발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대북 발언은 아직 정교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향점은 확실하다. 북한을 이대로 둬선 안 되겠다는 점이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다는 발언이 이를 대변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이 군사적 옵션까지 포함된 강경책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면 한반도는 우리가 원치 않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긴박한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 우리 정부가 소외되는 듯한 형국이 이어지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미·중은 외교장관회담 이후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공동 노력’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틸러슨 장관은 한·미동맹을 미·일동맹 아래에 두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외교부는 틸러슨 장관과의 만찬조차 조율하지 못했다. G2 틈바구니에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우리 외교의 민낯이다. 5월 9일 조기 대선일까지 50일 가까이 최고위급 접촉을 할 수 없다는 점은 너무나 뼈아프다.
다음달 초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에선 ‘한국 소외’가 더욱 구체화될지도 모른다. 북핵과 사드 등 우리 국익과 직결된 문제들이 미·중 정상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빅딜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과거와 차원이 다른 새로운 한·미 관계를 요구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우리의 국익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 국내외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우리의 목소리가 미·중 정상회담 논의 테이블에 반영될 수 있도록 외교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이 극단적 방향으로 짜이지 않도록 기민하게 움직일 때다.
[사설] 美 대북정책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해야
입력 2017-03-21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