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아이 두 명, 유치원생 아이 한 명을 키우다 보니 이런저런 교육비가 매달 무슨 사채이자 쓰듯 꼬박꼬박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아이 한 명을 예로 들면 대강 다음과 같다. 우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가는 합기도 도장 수업료가 있다. 말도 안 되는 호신술을 배우거나(자꾸 자신의 멱살을 잡아보라고 시킨다. 그러곤 몇 번 힘을 주다가 어 이게 왜 안 되지, 하면서 스스로 의문에 휩싸인다), 친구들과 줄넘기 시합만 줄기차게 하다가 돌아오는 이 도장에 매달 내야 하는 돈은 10만원이다. 몇 번 아이에게 이제 그만 다니는 게 어떨까, 넌지시 물어본 적도 있었으나 그때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노’. 절대 강자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 학원에 다닌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동네 초등학교 아이들은 거의 예외 없이 합기도 도장에서 무술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동네가 무슨 소림사가 될 것만 같은 불안감도 있지만, 아이들이 그토록 재미있어 하니 어쩔 수 없이 수련비를 낼 수밖에.
초등학교에서 하는 ‘방과후’ 과정에 내는 돈도 얼추 10만원에 가깝다. 한 과정당 3만원씩의 수업료를 내는데, 우리 아이는 바둑과 과학실험과 한자를 하고 있다. 바둑반이 인기가 높고, 과학실험과 한자도 그에 못지않다고 하는데, 일반 학원에서 배우는 비용보단 반에 반 가격이라 학부모들 사이에서 만족도가 꽤 높다. 동네에 계시는 선생님 한 분이 아이들을 모아 놓고 가르치는 ‘사자소학’에도 4만원 정도의 수고비가 들어간다. 낮에는 무술을 수련하고 밤에는 소학을 배우다니, 그 집 아이는 이제 곧 나라를 구하겠구나,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라를 구하기 전에 발이라도 제대로 씻고 잤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구질구질하고 쪼잔해 보일지 모르나, 이 금액이 우리 집 아이 한 명의 매달 평균 교육비이다. 23만원 내외.
지난번엔 궁금해서 아이 친구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영어학원이나 수학학원은 어떠니? 돌아온 답은 영어나 수학은 일주일에 세 번 나가고 20만원에서 25만원 정도 내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 영어와 수학을 하나씩 듣고 논술도 따로 한다고 했다. 합기도와 한자와 바둑에 영어와 수학을 추가하는 것. 그것이 아이 친구들의 공통적 일과라고 했다. 그러면 대략 한 명당 드는 사교육비는 평균 60만원에서 70만원 사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우리 집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럴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교육부에서 우리나라 학생의 사교육비가 월평균 24만원 정도라고 발표한 바 있었다. 조금 심한 말을 하자면 바로 그런 발표가 ‘가짜뉴스’의 원생산지 역할을 한다. 교육부의 발표는 사실이지만, 배제와 차단과 의도가 혼합된 사실이기 때문에 그렇다. 학원 하나 없는 면소재지에 사는 아이들과 도시에 사는 아이들을 한데 묶어 평균치를 냈기 때문인데, 그런 평균치는 당연히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런 착시효과가 어떤 사람에겐 안도감을 주고 다시 제2의 제3의 ‘가짜뉴스’로 확대 재생산된다. ‘가짜뉴스’는 딱히 이즈음의 문제는 아니다. 평균 사교육비 문제도 비단 한 해 두 해만의 문제는 아니니까.
하지만 근래 ‘가짜뉴스’가 더 범람하게 된 이유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 편향’ 시대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그럴 때일수록 정부 통계와 사실은 더 정교해져야 한다. 정부가 고통스러운 사실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순간, 아무도 정부를 믿지 않게 된다. 정부의 발표가 ‘가짜’라는 것은 ‘가짜뉴스’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정부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바로 그런 ‘가짜뉴스’를 변별해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그렇다. 시민들의 끊임없는 이의 제기가 필요한 시절이다.
이기호(광주대 교수·소설가)
[청사초롱-이기호] 사실은 이렇다
입력 2017-03-21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