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쌓은 금자탑

입력 2017-03-21 00:50
아산 우리은행 선수들이 20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끝난 2016-2017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승리하며 통합 5연패를 달성한 뒤 위성우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WKBL 제공

위성우(46) 감독이 올해도 코트 중앙에서 소속팀 선수들에게 신나게 밟혔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하면 헹가래를 한 뒤 사령탑을 발로 밟는 세리머니를 펼치는 우리은행 선수단의 전통 때문이다. “이제 밟히면 몸이 부서질 것 같다”던 위 감독은 5년 연속 통합우승을 거둔 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듯한 표정으로 고통을 만끽했다.

올 시즌에도 이변은 없었다. 우리은행이 적지에서 통합 5연패의 축포를 쏘아 올렸다. 우리은행은 이번 우승으로 2012-2013시즌부터 이어져 온 ‘왕조’의 아성을 더욱 굳건히 쌓았다.

우리은행은 20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6-2017 여자프로농구(WKBL)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연장전 접전 끝에 삼성생명을 83대 7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팀 통산 9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한 우리은행은 WKBL 역대 우승 순위에서도 인천 신한은행(7회·2위)과의 격차를 벌렸다. 삼성생명은 11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렸지만 우리은행에 밀려 준우승에 그쳤다.

올 시즌 통합 5연패를 향한 우리은행의 행보는 탄탄대로였다. 정규리그 개막과 동시에 13연승을 내달리며 독주체제를 굳혔고, 33승 2패(승률 0.943)로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3연승으로 삼성생명을 제압했다. 통합 5연패 기간 동안 함께 주축 선수로 활약해왔던 박혜진 임영희 양지희가 올해도 중심을 잡고 팀을 이끌었다. 외국인 선수 존쿠엘 존스는 올 시즌 외국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 5순위에 선발됐을 정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매 경기 20리바운드 이상을 잡아내며 우승에 기여했다. 우리은행은 최은실 홍보람 김단비 등 어린 선수들의 성장 덕분에 다음 시즌에도 강팀의 면모를 이어나갈 발판까지 마련했다.

위 감독은 생애 13번째 챔피언 반지를 꼈다. 현역선수 시절 남자농구 고양 오리온에서 1번, 신한은행 코치로 7번, 그리고 우리은행 감독을 맡은 뒤 5개의 반지를 추가했다. 위 감독은 “통합 5연패가 쉽지 않은데 선수들이 잘해줘서 너무 자랑스럽다. 우승이라는 건 열심히 뛴 선수들에게 보람을 느끼게 해줘서 값어치가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장 접전을 벌인 이날 경기에 대해선 “아마 감독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챔피언결정전 중 하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포인트가드 박혜진은 기자단 투표에서 64표 중 39표를 얻어 개인통산 세 번째로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올 정규시즌 MVP였던 박혜진은 이날 19점 8리바운드 11어시스트의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치며 통합 MVP까지 달성했다. 박혜진은 “승리에만 집중하다보니 사실 MVP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기쁘다”며 “개인적으로 행복했던 한해였다. 농구가 잘되다 보니 더욱 즐겁고 좋았다”고 말했다.












용인=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