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이끄는 강소기업] 양변기 절수 기술 ‘한우물’… 세계 최고 수준 자랑

입력 2017-03-21 18:10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사장(왼쪽)이 지난해 2월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방문객들에게 절수형 화장실 부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와토스코리아는 이 전시회에서 한샘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매년 수억원의 제품을 납품하게 됐다. 와토스코리아 제공
창사 40주년을 맞아 2013년 7월 전남 장성으로 이전한 와토스코리아 본사 전경.
송공석 사장
지난 17일 오전 11시30분쯤 인천 계양구 장제로1285 와토스코리아㈜. 국내 절수형 양변기 부품시장 1위 업체인 이 기업의 유통 및 연구시설인 와토스센터 1층에서는 제품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양변기 물 사용량이 법상 6ℓ이하로 되어 있지만 이곳에서는 20%가량 적은 4.8ℓ의 물만으로 오물을 처리하는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플라스틱 입자 2500개 중 물을 내린 후 125개만 남아도 합격하는데 이 기업은 잔류오물을 10개미만으로 처리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양변기 '절수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송공석(65) 와토스코리아㈜ 사장은 테스트 과정을 지켜보는 취재진에게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

송공석 사장은 “화장실 변기의 물을 한 번 내리면 오물 처리가 끝나야 한다”며 “우리 제품은 그런 점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와토스코리아는 물 사용량을 20%가량 줄일 수 있는 제품을 설치해주고 물 사용량이 그보다 늘어나면 환불해 준다고 이야기할 정도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최근 인하대에서도 이 회사 제품 5개를 설치해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물을 채우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 학생 등 이용자들이 반응이 좋다고 회사 측은 귀띔했다.

와토스코리아는 지난해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기술도 실용화했다. 배관을 아랫집 위쪽에 설치하는 기존방식과 달리 같은 층에 설치하는 층상배관시스템을 도입해 화장실 소음과 악취를 없애고 건축비를 줄였다.

유명 업체들이 층상배관시스템을 속속 채택하면서 지난해 4만5000가구에 9만개의 부품을 공급했다. 올해는 10만 가구에 20만개를 보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 사장은 “화장실 발생 층간소음 제로화시스템을 알고는 있었지만 부품이 개발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서 업계에 블루오션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송 사장은 또 세면기가 머리카락 등으로 인해 막혀 불편한 점을 해결하기위해 머리카락 등을 걸러주는 걸름망인 ‘일체형 트랩’을 직접 개발했다.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 공장도 가격을 개당 9000원 수준으로 낮추고 성능을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유명 회사들이 이 제품을 채택하고 있다. 종전 시스템보다 설치가 쉽고 값은 절반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은 이 분야에서 50년 동안 일하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은 기술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큰아들 태양(41)과 둘째 아들 태광(36)에게도 가업을 승계하려면 20년은 이 분야에서 배워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적어도 20년을 한우물을 판 사람이라야 무엇인가를 혼자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화장실 업체의 플랫폼을 만드는 일에도 앞장섰다. 공항철도 계양역 인근에 이 분야 51개 업체가 참여한 한국욕실자재산업협동조합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주택용과 공공장소용 화장실 부품 수백 가지를 만들면서 도기의 종류에 따라 최적화된 제품을 만들어야하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2012년 130억원을 투입해 대지 2150㎡에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6100㎡ 규모로 건립된 조합 건물 1층은 건설사들이 무료로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서비스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품 테스트에 쓰이는 물값과 전기값은 송 사장이 지불하고 있다.

욕실자재산업협동조합은 공동생산, 공동브랜드, 공동마케팅을 통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기위해 만들어졌다. 화장실 분야의 전 세계 시장은 수조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세계 시장이 무궁무진해 앞으로 50년은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와토스코리아는 2013년 전남 장성군 동화면 동화전자농공단지로 인천에 있는 본사와 공장을 이전했다. 대지 3만1000㎡, 건평 1만7500㎡의 공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땅값 70%를 전남도로부터 보조받았고 결국 3만3000㎡ 규모의 땅을 8억5000만원에 샀다. 같은 규모의 땅을 인천검단산업단지에서 구입하려면 250억원이 든다. 공장 이전으로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인세도 5년간 50% 감면받았기 때문에 사실상 무상으로 땅을 불하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송 사장은 “전국에 남아도는 농공단지를 기업체에 50년 무상으로 제공하고 10∼15년 동안 법인세 납부실적이 땅값에 해당되면 공장 부지 명의를 변경해주는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의 지방 이전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와토스코리아가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한 것은 수도권에서는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도 매출액 175억원 중 인건비가 39억원으로 22.2%를 차지해 인건비 부담이 여전히 적지 않다. 인천 18명, 장성 84명(다문화가정 20여명 포함) 등 총 102명의 직원이 있는데 수도권에 실업자가 많아도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송 사장은 “대기업에서는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중소기업에는 비어있는 일자리가 200만개 정도가 된다”며 “고졸자 연봉이 2400만원인 경우 4대 보험 등 회사가 부담하는 금액은 3000만원이상이기 때문에 원가가 안 나와 못쓰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와토스코리아는 해외 수출에도 적극적이다. 2000년부터 일본 위생도기 메이커 회사에 17년째 연 6억원 수준의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를 비롯 베트남, 대만에도 위생도기 생산 유통분야의 파트너 회사와 손잡고 해외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송공석 사장 "신용 중요성 깨달은 게 사업 확장 밑천 됐지요"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거래처에 신용을 잃지 않아야 재기가 가능합니다."

송공석(사진) 와토스코리아㈜ 사장은 지난 17일 기자와 만나 "1973년 창업한 회사를 지금까지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신용을 유지한 덕분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남 고흥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송 사장은 15세 때 고향에서 대서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상경해 수세식 화장실 제조업체 공원으로 취직하면서 이 분야에 발을 내디뎠다.

그는 "처음 취직한 회사는 화장실 분야에서 독점적이었는데 사장이 부동산 등 다른 쪽에 한눈을 팔다가 본업이 부도나는 바람에 취업 5년 만에 일자리를 잃었다"며 "실직한 뒤 거래하던 회사에 놀러갔더니 우리에게 공급했던 제품을 구해달라고 해 물건을 배달해 주면서 다시 일어설 기회를 잡았다"고 회고했다.

당시 무일푼이었던 그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 보겠다"며 시골로 내려가 5만원(당시 쌀 다섯 가마 값)을 빌려 73년 염창동에서 창업했다. 76년 회사를 등촌동으로 옮겼을 때는 만드는대로 제품이 팔려 2년 만에 집 한 채를 살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지자 부품업체에서 물건을 받아 조립을 한 뒤 팔아 물건 값을 줘야하는 처지에 몰렸다. 그는 이 때 신용이 얼마나 중요한 재산인지를 알게 됐다고 한다. 송 사장은 "남의 돈은 10원 한 푼 안 떼먹었다"며 "신용은 사업가에게 가장 확실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85년 김포군 당하동(현 인천시)에 농지를 조금 사 이사한 뒤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듬해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 때 경기가 회복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는 창업 20년 만인 93년쯤 "절대 망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송 사장은 "품질이 좋아 많이 사용하면 바로 명품이 되는 것"이라며 "내 손을 거쳐 만든 제품은 품질이 세계 최고"라고 역설했다. 그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등 1군 건설업체들도 우리 회사 절수형 시스템의 우수성을 알고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만학도로도 유명하다. 2003∼2004년 고입과 대입검정고시를 통과해 2005년 고려대 경영학과에 입학했고 계절학기까지 수강한 끝에 2009년 졸업했다.

송 사장은 학교에 다니면서 모교에 장학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박사과정에 있는 베트남인 유학생 2명에게 각 500만원씩 장학금을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