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표명 할까?… 박 전 대통령 표정·제스처도 촉각

입력 2017-03-20 18:09 수정 2017-03-20 21:11
20일 오전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삼릉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이 집회 금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삼릉초등학교는 박 전 대통령 자택 바로 뒤에 있다. 어머니회는 성명에서 “통학로인 이곳에서 교통지도를 하면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모습이 우려스럽다”며 “학생들에게 정치적 입장까지 강요하고 있다. 학교 앞 집회를 금지해 달라”고 주장했다.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1일 검찰에 출석하기 전 일련의 사태에 사과의 뜻을 밝힌 뒤 결백 입증 의지를 내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의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은 20일 “박 전 대통령은 가장 먼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데 대해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얘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결백을 호소하고 소명 의지를 강조하기 전 첫 문장은 반드시 대국민 사과여야 한다”며 “이런 의견을 박 전 대통령에게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에 설치된 포토라인에 서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삼성동 자택을 나서는 길에 지지자들 앞에서 심경을 밝힐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지난 1월 인터넷방송과의 인터뷰 이후 처음이다. 역대 전직 대통령들은 검찰 소환에 앞서 “국민에게 죄송하다”(노태우 전 대통령) “면목 없다”(노무현 전 대통령)는 짤막한 사과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역시 길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른 친박계 의원은 “검찰 조사에 임하는 마음가짐과 자세 등을 짧게 언급하고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전 대통령 주변에선 검찰 조사 직전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한다. 다만 메시지 자체는 평이하더라도 박 전 대통령의 표정과 제스처가 더 큰 정치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나와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갈 때 눈물을 머금은 웃는 얼굴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러면서 민경욱 한국당 의원을 통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가 끝난 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이 조사 과정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장외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검찰 소환 전날까지 피의자 신문 준비에 주력했다. 유영하 정장현 변호사가 삼성동 자택을 찾아 박 전 대통령을 면담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송곳’ 질문에도 박 전 대통령이 평정심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예상 질문을 세분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인 황성욱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개인의 범죄 혐의에 대한 형사사건이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밝히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답변은 신문조서에 기록된다. 조사가 끝나면 특수수사에 잔뼈가 굵은 검사 수십 명이 달려들어 박 전 대통령 답변을 정밀 분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전 대통령으로선 돌발질문에 실수하지 않는 게 최대 과제인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여러 차례 해명했지만 대부분 준비해온 원고를 읽는 수준에 그쳤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