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바닷모래 채취, 국책용으로 제한”… 설익은 대책에 어민·건설업계 모두 반발

입력 2017-03-20 18:15
남해 바닷모래 채취를 놓고 빚어진 갈등에 정부가 또 설익은 미봉책을 내놓았다. 채취한 바닷모래의 용도를 국책용으로 한정하기로 하자 어민과 건설업계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 내에서조차 불협화음이 불거지고 있다.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은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향후 바닷모래 채취가 불가피할 경우 사용처를 국책용으로 한정하고, 채취 물량은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최소한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확정된 모래 채취 기간이 끝나고 난 뒤부터 시행하는 대책이다.

해수부는 채취 연장이 결정된 올해 물량의 경우 4대강 준설토 등 육상골재를 우선 사용하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어업 피해를 조사해 남해 배타적경제수역(EEZ) 골재채취 단지가 어류의 주요 산란·서식지로 밝혀지면 모래 채취를 원칙적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해수부는 바닷모래 채취 관리자를 국토교통부 산하 수자원공사에서 해수부 산하 해양환경관리공단으로 변경·지정하기 위한 법령 개정을 상반기 중 마무리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정부는 당장 급한 골재난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 3월부터 내년 2월 말까지 남해 바닷모래 650만㎥의 추가 채취를 허가했다. 어민들은 수산 생태계 파괴가 심화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어민들은 지난 15일 전국에서 4만5000여척의 어선을 동원해 대규모 해상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해수부의 이번 대책은 ‘내년 2월 말까지 예정된 기존 채취 계획을 유지한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이 때문에 즉각적인 바닷모래 채취 중단을 요구하는 어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간 골재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던 건설업계 역시 해수부의 대책을 수용하지 않을 태세다. 바닷모래 채취를 국책용으로 한정한다면 일부 지역의 건물 분양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해수부는 현재 골채 채취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탓에 이번 대책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세종=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