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1월 1일 오전 10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1113호 특별조사실에 나와 17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이 수감된 뒤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처벌 요구도 거세졌다. 그를 소환한 특별수사본부는 서울지검에 있었지만,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 수사의 단초는 대검 중수부에서 만들어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전직 대통령들의 수사를 도맡아온 수사기관은 검찰총장의 직할 부대 격인 대검 중수부였다.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사건 수사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도 대검 특별조사실에 나와야 했다. 다만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검 맞은편에 있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권력남용·편파수사 논란이 계속됐고, 이후 박근혜정부에 이르러 중수부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법조계는 대검 중수부가 검찰 수사권의 상징이 된 계기를 박 전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서 찾는다. 1961년 ‘중앙수사국’으로 출범한 대검 중수부는 1973년 1월 25일 특별수사부로 바뀌며 본격적인 수사권을 갖게 됐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단행한 1972년 10월 유신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있다.
중수부가 특별수사부에서 폐지 직전의 이름대로 바뀐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제5공화국 출범 이후인 1981년 4월 24일로 기록되고 있다. 전국 일선 청의 특별수사를 지휘하고 검찰총장의 하명 수사를 진행하는 중수부의 특색도 이 시기 확립됐다고 한다. 중수부의 역사를 집권세력의 정치적 변혁, 사정(司正) 필요성과 연관해 해석하는 시각도 많다.
중수부는 2013년 4월 23일 현판을 떼었다. 박 전 대통령이 제18대 대선후보 시절 국민 여망을 언급하며 중수부 폐지 등 검찰 개혁을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이 과정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신속하게 대통령의 뜻과 같이 용단을 내렸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채 전 총장이지만, 시민사회에서는 그가 박 전 대통령 등을 수사할 특검의 일원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이번에도 중수부가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도 있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한 1·2기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중추였던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검사가 중수부 출신이다.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신문할 것으로 알려진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역시 중수부 근무 경력이 있는 ‘특수통’으로 불린다. 특검을 이끈 박영수 변호사도 중수부장 출신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대검 중수부-전직 대통령 악연은 계속?… 현판 내렸지만 중수부 출신이 ‘朴 수사’ 주축
입력 2017-03-20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