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를 꾸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목회사역에 충실할 수 있을까?’
정태형(37) 전도사는 고민하다 밤잠을 설쳤다. 2015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전임 및 파트타임 부교역자 9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교회 부교역자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접한 직후다. 당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임 부교역자 중 36.2%는 월 사례비가 150만원 미만으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5년 기준 4인 가구 최저생계비(166만8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부교역자 중에서 37.5%는 ‘투잡(two job)’을 해봤거나 지금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파트타임, 준전임 부교역자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죠. 그들의 생계유지를 돕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저도 부교역자이기에 그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20일 서울 강동구 고덕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 전도사는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인근 빛소금교회의 전도사다. 정 전도사는 ‘진로교육강사’에 주목했다. 현행 진로교육법에 따르면 각 학교에 진로교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돼있다. 대부분 학교는 취업 컨설팅 업체를 통해 외부 강사를 모집한다. 컨설팅업체에서 일정기간 교육을 받으면 진로교육 강사가 될 수 있다.
정 전도사는 고려신학대학원 1학년 시절 진로교육강사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경제활동을 하다가 뒤늦게 신대원에 진학해서 파트타임 부교역자로 사역했습니다. 사례비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더군요. 그런데 진로교육강사 활동을 해보니 목양사역과 이질감이 크지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됐습니다.”
1주일에 3∼4번 이상 강의하면 한 달에 1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정 전도사는 마침 컨설팅업체 관계자들과도 꾸준히 연락을 이어오던 터라 바로 진행하기로 했다.
‘부교역자의 활로를 찾는다(부활)’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을 통해 진로교육 강사에 관심이 있는 부교역자들을 모았다. 10여명이 지원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고신, 대신, 기독교대한성결교회 등 지원자들의 소속 교단도 다양했다. 정 전도사는 이들을 컨설팅업체에 소개했다. 교육을 받은 부교역자들은 2015년 하반기 서울 경기도 대전 울산 대구 등 전국 30여 곳의 중·고등학교에 진로교육 강사로 파견됐다.
정 전도사는 체계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프라우스(PRAUS) 전인교육연구소’를 설립했다. 현재 부활프로젝트는 3기까지 진행됐고, 이곳을 거쳐간 30여명의 부교역자들이 진로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부활프로젝트 2기인 황동영(36) 전도사는 “경쟁과 물질만능주의에 익숙해져 있는 학생들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소명을 찾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특정 종교를 강조하면 안 되기에 전도사임을 밝히지도 않지만 되도록 기독교가치관을 기반으로 진로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에 대한 희망도 발견했다고 했다. 황 전도사는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후 한 고등학교의 학생들이 급훈을 ‘공정사회를 우리가 만들자’고 바꾸더군요. 아이들을 과소평가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프라우스 전인교육연구소는 부활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정 전도사는 “사역 중인 교회의 담임목사님과 성도들도 이중직의 개념이 아닌 선교의 차원으로 여겨 적극 지지하고 있다”며 “부교역자들이 생계 위협에서 벗어나 세상과 소통하며 온전히 사역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부활 프로젝트’로 부교역자 생계 도와요
입력 2017-03-21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