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자체가 先지급하는 ‘농업인 월급제’ 신청 2배 ‘쑥’
입력 2017-03-20 18:19
올해 농사를 지으면서 월급처럼 매달 돈을 받는 농민이 지난해보다 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농업인 월급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도 도입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지자체의 이자 부담도 함께 늘면서 이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이 20일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농업인 월급제 협약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농협이 참여하는 사업 기준으로 전국에서 1785명의 농민이 월급제 대상이었지만 올해는 그 수요가 3556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월급제를 통해 지급된 돈은 총 140억7000만원이었다. 올해는 최대 244억5000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농업인 월급제는 대부분의 경우 원금은 농협이 지급하고 발생하는 이자는 각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한다. 경기도 화성시만 예외적으로 시가 자체 기금을 마련해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 2013년 화성시와 전남 순천시가 처음 제도를 도입했다.
가을에 한 차례 일시금으로 수입이 생기는 벼 재배 농가가 주 대상이다.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수매금액의 50∼60% 수준을 6∼10개월간 나눠 받는다. 매달 받는 돈은 농가 규모에 따라 30만∼200만원 정도다. 수확 이후 농민은 농협에 원금만 상환하면 되는 구조다.
경기도 안성시와 충남 당진시, 전북 무주군 등 9개 시·군은 올해 처음 농업인 월급제를 시행한다. 이에 제도가 도입된 시·군은 지난해 9개에서 올해 18개로 증가한다. 올해 지역별 수요로는 전남 나주시가 894명으로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어 전북 임실군(750명), 전남 진도군(420명) 순서다. 강원·제주도와 경남·북은 제도가 도입된 지역이 없다.
주민들의 호응이 이어지면서 농업인 월급제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그만큼 지자체 입장에서는 부담도 되고 있다. 국비 또는 도비 지원이 없는 사업이어서 재정이 취약한 지자체는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를 바라는 분위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농업인 월급제 수요가 늘면서 매년 이자도 늘고, 재정부담이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 또는 도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업인 월급제가 보다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농민의 인식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가을철 목돈을 쥐는 것에 익숙한 농민들이 월급제 신청을 망설이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