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지원 사업 혜택을 일부 고소득층이 함께 누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유층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관리·감독기관의 부실한 운영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0∼12월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등을 대상으로 ‘취약계층 주거 공급 및 관리실태’를 감사하고 그 결과를 20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2011년 ‘8·18 전·월세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라 타 지역에서 대학에 다니는 저소득층 학생을 위해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생이 학교 주변 전셋집을 구해오면 LH공사가 대신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학생에게 저가로 재임대하는 사업이다.
국토부는 시행 초기 신청 자격을 기초수급자와 한부모가족, 저소득가구 출신 대학생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2012년 공급계획 물량이 1000호에서 1만호로 늘자 소득 제한을 없애 고향을 떠난 대학생이면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학생 주거비 부담은 저소득층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렇다보니 고소득층 자녀들도 혜택을 봤다. 감사원이 2015년 1월∼2016년 9월 사이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한 1만1280명을 조사해보니 연소득 1억2000만원을 넘는 가정의 대학생·취업준비생이 150명이나 됐다. 가구 연소득이 3억5000만원에 달하는데도 전세보증금 3800만원을 지원받은 사례도 있었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뿐만이 아니다. 보유 승용차 가격 제한이 있는 공공임대주택과 국민임대주택에 거주하면서 고급 승용차를 편법으로 굴리는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무주택 저소득층)는 주택 종류별로 2500만∼2800만원을 넘는 차량을 소유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일부 입주자들은 갱신계약 이후 차량을 구입하거나 타인 명의 차량을 모는 ‘꼼수’를 쓰고 있었다.
감사원이 수도권·광역시 소재 공공임대주택 19만2771가구의 차량 소유 현황을 조사해보니 갱신계약을 체결한 이후 기준가액을 넘는 차량을 구입한 입주자는 105명이었다. 또 성남 등 수도권 공공임대주택단지 9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등록차량 7811대 중 47%인 3674대가 친인척 명의이거나 리스·렌트 차량이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A씨는 자신 명의 차량은 없지만 2014년 5월 입주 당시부터 레인지로버(출고가 5572만원)를 리스하고 있었다. 같은 단지 입주자인 B씨도 같은 수법으로 2015년 4월부터 제네시스(출고가 4054만원)를 몰았다. 일선 관리사무소는 이런 고급 승용차의 주차장 등록을 받아주는 등 아무런 제재를 내리지 않았다.
감사원은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입주자 소득 기준을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국토부 장관에게 통보했다. 또 LH공사 사장에게 기준가액을 넘는 차량은 공공임대주택 관리사무소에 등록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등 관리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취약계층 주거지원금’ 부자들도 받아 썼다
입력 2017-03-20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