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前 부총리 “우리 사회 무게중심 30·40대로 넘어가야”

입력 2017-03-20 21:02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말문을 열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 경제부총리로서 “경제는 내가 챙긴다”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줬고, 경제위기 때마다 해법을 제시해 ‘경제 교과서’로 불리는 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때도 ‘이헌재 리더십’은 재조명됐지만 그는 당시 모든 언론의 인터뷰를 고사했다.

이 전 부총리는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경제현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우선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발상을 전환한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가계부채는 금융적 차원에서만 보면 밀어내기밖에 안 된다”면서 “가계부채 해결을 위해서는 주택, 영세업자, 저임금 등의 문제를 거꾸로 풀어나가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 문제는 새로운 임대주택을 짓기보다 기존 주택을 정부가 매입해 임대주택을 늘리고, 절대적으로 소득이 모자란 상황에서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한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을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전 부총리는 “이를 위해 국채 발행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계부채 해법은 부채를 개인이 갖느냐 국가가 갖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부채는 선이고 국가부채는 악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며 확장적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전 부총리는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 발간 이유를 촛불집회로 들었다. 그는 “이 책은 이번 촛불집회에 대한 감사로써 출발했다”면서 “촛불 시민에게 이 다음에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하나 인식을 제공하려고 책을 냈다”고 했다. 이 책은 민간 싱크탱크인 여시재 이사장인 이 전 부총리와 이원재 경제평론가의 대담으로 이뤄졌다. 당초 이 책은 출간 계획이 없었다.

이 전 부총리는 40대인 이 평론가와 30대로 이 책 저자인 황세원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과 함께 하며 30, 40대 젊은 세대들에게 새로운 대한민국의 통찰을 제시해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내게 됐다고 한다.

이 전 부총리는 “우리 사회의 무게중심은 미래를 이끌어갈 30, 40대로 넘어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주택과 교육 문제를 해결해 이들이 운신할 폭을 넓혀주고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리바운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설이 돌고 있는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여시재 일원인 것과 관련해 이 전 부총리는 “여시재와 홍 전 회장과는 아무런 정치적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