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얼굴 어디로… 中 이번엔 ‘사드 중계테러’

입력 2017-03-19 20:57 수정 2017-03-20 00:14
김해림이 19일 중국 하이난 하이커우 미션힐스 골프클럽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17시즌 개막전 SGF67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김해림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 CCTV가 대회 내내 방송 화면에서 모습을 비춰주지 않는 ‘중계 테러’를 당했지만 이를 딛고 우승을 차지했다. 작은 사진 위쪽은 11번홀에서 같은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한 조지아 홀의 티샷 정면 사진. 반면 아래쪽 김해림은 모자에 있는 롯데 로고를 안보여주기 위해 측면 삿으로 처리됐다. KLPGA 제공, SBS골프 캡처

중국에서 열린 올 시즌 첫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중국 CCTV의 중계 테러가 자행돼 파문이 일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보복이 스포츠까지 영향을 준 것이어서 중국의 치졸함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해림(28·롯데)은 19일 중국 하이난다오 하이커우 미션힐스 골프클럽(파73·6362야드)에서 끝난 SGF67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는 유럽여자프로골프(LET)투어, 중국여자프로골프(CLPGA) 투어 공동주관으로 열린 2017년 KLPGA 투어 첫 대회다.

그런데 국내에 중계된 방송 화면에선 김해림의 모습은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티샷을 할 때도 모두 롱샷으로 촬영이 되면서 얼굴이 제대로 잡히지 않거나 뒷모습만 찍혔다. 김해림은 이날 우승에 가장 근접한 선수들끼리 모인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티샷 때 같은 조에 묶인 배선우(23·삼천리)와 조지아 홀(20·잉글랜드)은 정면 샷이 잡혔지만 김해림은 뒷모습이나 옆모습만 나와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2차 연장에서 우승을 결정지은 챔피언 퍼트를 할 때에도 김해림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고 발만 보였다. 우승 직후엔 다른 선수에게 축하를 받으며 감격에 겨워하는 장면 대신 먼 거리에서 촬영한 영상과 뒷모습만 송출됐다.

왜 이런 상식 밖의 일이 벌어졌을까. 현지에서 대회 중계 영상 제작을 맡은 곳은 중국 국영 방송사인 CCTV다. 김해림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이에 CCTV는 김해림의 모자에 쓰인 롯데 로고를 화면이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이런 식의 중계를 자행한 것으로 보인다.

CCTV는 또 롯데 후원 선수가 우승하면 시상식을 중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KLPGA측에 미리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날 김해림이 승리를 확정짓는 퍼팅을 끝낸 후 중계가 끊겼다. 김효주(22), 장수연(23), 이소영(20) 등 롯데 소속 선수들이 중국에서 대회를 할 때에도 이런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에서는 중국측의 치졸한 행보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우승자 얼굴도 안 보여주는 중국의 졸렬한 처사에 분개한다”고 지적했다. KLPGA 관계자는 “일단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어떻게 대처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해림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3개를 묶어 3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05타로 동타를 기록한 배선우와 2차 연장전 끝에 버디를 낚아 우승트로피를 차지했다.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인 김해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상금 10%는 기부하고 남은 돈은 저축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인왕 이소영과 김민선(22·CJ오쇼핑)은 11언더파로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KLPGA 대상 수상자 고진영(22·하이트진로)은 10언더파로 6위를 차지했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