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금호타이어 인수전’ 정치권도 관심 왜?

입력 2017-03-20 05:03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 간 충돌로 치닫고 있는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정치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유력 대선 주자와 정치권이 호남 민심을 얻기 위해 잇따라 금호타이어 매각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으며 경영권을 되찾으려는 금호아시아나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 상황을 바라보는 호남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며 “매각의 우선 원칙은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장이 떠나거나 규모를 줄이면 안 된다. 특혜나 ‘먹튀’ 논란도 없어야 한다”며 “채권단은 국익과 지역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매각을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논평을 통해 “벌써 제2의 쌍용차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방산 업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평가기준 및 절차상 하자를 고려할 때 재입찰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부 차원에서 금호타이어 협력업체와 노조가 참여하는 민관합작펀드를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도 비슷한 입장이다. 국민의당 측은 “중국의 경제 보복이 극심한 이때 채권단이 중국 더블스타에만 특혜를 주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국회 정무위 등 관련 상임위를 소집해 매각 추진 과정의 불공정행위를 따지고 시정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압박하고 나서면서 채권단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현재 중국의 사드 보복이 한창인 상황에서 중국 기업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것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고, 쌍용차의 매각 실패 전례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쌍용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인수됐으나 상하이차는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한국에서 철수했다.

금호타이어 인수전은 최근 ‘막장’으로 치닫는 상황이었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 13일 이후 연일 산업은행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고 있다. 채권단 측은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삼구 회장이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며 맞서 왔다.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20일 박 회장의 우선매수청구권 제3자 양도를 골자로 한 컨소시엄 구성에 관한 안건을 부의해 협의회 의결로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요구가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앞서 채권단과 더블스타가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에 대해 이르면 이번 주 내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