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광고모델 선정 기준은 ‘신뢰감’ 아니면 ‘젊음’

입력 2017-03-19 20:53 수정 2017-03-20 00:29

금융은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은행 건물이나 통장에 찍힌 숫자로는 소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때문에 은행은 광고모델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다. 신뢰감을 주는 모델을 기용하거나 젊은층을 공략할 수 있는 ‘아이돌’을 깜짝 발탁한다.

IBK기업은행은 방송인 송해(90)씨가 나온 광고로 ‘기업만 거래하는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입니다’란 문구 덕분이었다.

이런 기업은행이 19일 송해 대신 배우 이정재(44)씨를 차기 광고모델로 선정했다. 송씨를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형성했지만 김도진 행장 취임 후 현장을 강조함에 따라 젊고 역동적 이미지로 탈바꿈하려는 의도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6월부터 중견배우 안성기(65)씨를 기용했다. 신뢰성과 대중성의 이미지를 기대한 것이다.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 통합 과정에선 각 은행의 모델이었던 배우 김수현(29)씨와 배우 하지원(39)씨가 함께 나와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젊은층을 표적으로 하는 광고모델을 선택해 왔다. 지난해 걸그룹 아이오아이(I.O.I)를 광고모델로 선정했었다. 아이오아이가 활동을 종료하자 최근에는 배우 남주혁(23)씨와 계약하고 1인 가구 상품인 ‘KB일코노미 청춘 패키지’ 광고에 나섰다. 젊은층을 겨냥한 상품인 만큼 그에 적합한 모델을 고른 것이다.

신한은행은 모바일뱅크인 ‘써니뱅크’ 모델로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 써니를 기용했다. 이름이 같아서다. 포인트 서비스 ‘FAN(판) 클럽’은 배우 김유정(18)씨를 모델로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월 ‘국민 MC’ 유재석(45)씨를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유씨를 통해 친근감과 신뢰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유씨는 모바일 메신저 ‘위비톡’ 광고에서 중독성 있는 노래를 직접 부르고 춤도 춰 관심을 끌었다. 다만 금융권에선 관심도에 비해 실제 이용실적 등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이달에 유씨와의 계약을 종료할 방침이다. 스포츠 스타를 모델로 쓰면 실적에 따라 명암이 갈리기도 한다.

KB금융이 후원하는 골프선수 박인비씨는 지난해 성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리우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공식 후원사가 아니라 방송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KB금융은 ‘박인비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반면 NH농협은행은 울상이다. 2013년부터 LA다저스 류현진 선수를 모델로 기용해 초기에 재미를 봤지만 재계약을 한 2015년부터 부상으로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시범경기에서 류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 기대가 커진다.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