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야, 제발 잠잠해다오.” 지난 17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자리에 이런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해양수산부가 주도하는 세월호 인양 작업이 툭하면 기상 문제로 늦춰지자 미수습자 가족들이 애타는 심정을 담은 것이다.
세월호를 인양하는 데 있어 최대 변수는 ‘기상’이다. 세월호가 가라앉아 있는 맹골수도 해역은 조류가 빠르고 변화도 많다. 기상 상황을 예측하기도 쉽지 않은 해역이다. 이 때문에 해수부는 호주의 세계적 기상예측 기관인 OWS를 통해 맹골수도 인근 기상정보를 받고 있다.
18일에 있었던 소동은 기상 조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오후 6시, 해수부는 세월호 유가족과 출입기자들에게 ‘19일 인양 시도’라는 긴급문자를 보냈다. OWS에서 오전 6시 관측한 정보를 바탕으로 “소조기 전체 기상 조건이 양호하고, 20∼21일 최대 파고가 기준치인 1m를 다소 상회하지만 오차 범위 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충분히 인양 작업을 시도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하지만 3시간쯤 뒤에 해수부는 ‘기상 악화로 취소했다’는 메시지를 다시 보내왔다. 기상정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OWS는 “20∼21일 파고가 1.6m 이상으로 악화된다”고 관측했다. 그만큼 기상 조건은 까다롭다.
인양에 성공하기 위한 첫 번째 기상 조건은 유속이다. 일단 한 달에 두 번 있는 소조기에만 인양이 가능하다. 소조기는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가장 작아 유속이 느려지는 기간이다. 한 번 오면 4∼5일간 지속된다. 해수부가 인양 시도 가능성을 내비쳤던 19일도 소조기 시작일이다. 다음 소조기는 다음 달 4, 5일과 21일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파도와 바람도 중요하다. 2대의 재킹 바지선이 세월호를 들어 올려 반잠수식 선박에 올리는 작업은 가장 예민한 과정이다. 선박 3척의 힘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균형이 깨지면 선체가 기울어진다. 최악의 경우 와이어가 꼬이거나 끊어질 수 있다. 사고 현장에서 1㎞ 떨어진 곳에 반잠수식 선박을 대기시킨 것도 조류가 안정적인 지역이라서다. 파고는 1m 이하, 풍속은 초속 10.8m 이하가 최적의 조건이다.
파도의 주기도 변수다. 지난해 6월 선수(뱃머리) 들기를 하던 중에 예측하지 못한 너울성 파도로 작업을 중단한 적이 있다. 봄철에는 너울성 파도가 일어날 확률은 적다. 해수부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세월호 남쪽 8㎞ 지점에 파고계를 설치해 측량하고 있다.
또한 이런 기상 조건이 3∼4일가량 지속돼야 한다. 지난 17일 팽목항에서 만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날씨가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했다. 당시 맹골수도의 기상 조건은 파고 0.5m, 바람은 초속 5∼8m였다.
해수부는 19일 세월호 인양 준비를 최종 점검했다. 해수부는 “66개 유압잭 및 와이어의 인장력(tension), 중앙제어장치의 센서들을 시험하고 일부 보완작업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기상 조건만 좋다면 1000일 넘게 차가운 바닷속에 잠겨 있는 세월호를 뭍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인양 최대 변수는 변화무쌍한 바다 날씨
입력 2017-03-19 18:30 수정 2017-03-19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