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사진) 중앙일보·JTBC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에 정치권이 들썩였다. 대권 출마설, ‘킹메이커’설, JTBC의 ‘태블릿PC’ 보도에 대한 부담감,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결정 등 여러 관측이 제기됐다.
홍 회장은 18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고별사에서 “저는 23년간 몸담아 온 회사를 떠난다”며 “오랜 고민 끝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관계, 일자리, 사회통합, 교육, 문화 등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나는 데 필요한 시대적 과제들에 대한 답을 찾고 함께 풀어가겠다”며 “그러한 작업들은 명망 있는 전문가들에 의해 재단과 포럼의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이 알려지자 몇 달 전부터 나돌던 홍 회장의 대선 출마설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19일 “홍 회장이 대선에 나올 뜻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인사는 “대선이 50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며 “홍 회장의 대선 출마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홍 회장이 특정 유력 후보를 뒤에서 돕는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선 이후 진보·보수로 갈라진 정치권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른정당 한 의원은 “홍 회장이 대선 때는 정치와 거리를 뒀다가 싱크탱크를 운영하면서 후일을 도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JTBC의 태블릿PC 보도 이후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껴 사임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장남인 홍정도 사장이 중앙일보·JTBC의 사장을 겸임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임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조카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이후 삼성과의 불편한 관계가 사임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홍 회장은 19일 나온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태블릿PC 보도가 대한민국의 역사에 남을 커다란 보도였다는 데 대해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집회도 나가봤다”며 “이제는 과거를 서로 파헤치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활동이 정치적 오해를 사고 있다는 지적에 “촛불이 내세운 강력한 메시지가 ‘이게 나라냐’였다면 ‘이게 나라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지 않나”면서 “내가 책임감을 느낀 거다”라고 답했다. 또 리셋코리아·월드컬처오픈(WCO) 등 자신의 활동에 대해 “어떤 정치적 꿈과 연결하는 건 전혀 아니고, 그건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출마 등을 포함해 ‘확실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거기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면서 “앞으로 뭘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하고 있다”고 피해갔다.
홍 회장은 이 부회장 구속에 대해 “피가 통한 조카인데 당연히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청와대의) 강요가 됐건 아니건 거절하기는 한국 문화와, 정부와 기업 간의 관계 등 풍토에서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또 ‘홍라희 여사가 이 부회장 구속 후 홍 회장과 삼성의 실권을 쥘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선 “확인해 봤더니, 최순실이 그런 얘기한 건 사실이더라”며 “그런 사람이 대통령 옆에서 (국정 개입을) 했다는 게 슬픈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누이가 카톡을 보냈는데 ‘가슴이 찢어진다’고 하더라. 그게 모성이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홍석현 돌연 사임… 배경·향후 행보 싸고 說·說·說
입력 2017-03-19 1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