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공포’ 공황장애 환자 급증

입력 2017-03-20 00:01 수정 2017-03-20 00:06

중소기업 간부 한모(48)씨는 올 초 회사 저녁 회식 자리에서 갑작스러운 어지러움과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이후 비슷한 증상을 수차례 겪은 한씨는 병원에서 스트레스와 불안 등에 의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는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공황장애가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내가 걸릴 줄 생각지도 못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라고 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불안이 엄습해 숨이 막히고 심장이 두근거려 죽을 것만 같은 극심한 공포감을 느끼는 ‘공황장애’. 가수나 배우 등이 많이 걸려 ‘연예인병’으로 알려졌지만 일반인도 예외가 아니다. 2015년 한 해 동안 공황장애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10만명을 넘어섰다. 절반 가까이가 직장 스트레스와 가정 부양의 부담이 큰 40, 50대였다. 경제·사회적으로 소외를 겪는 70대 이상 노인 환자도 5년 전보다 3.4배 늘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공황장애 진료환자가 2010년 5만945명에서 2015년 10만6140명으로 연평균 15.8%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2015년 진료 환자의 경우 40대(25.7%)가 가장 많았고 50대(22.6%) 30대(17.6%) 순이었다. 40, 50대가 48.3%를 차지했다. 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석 교수는 “40대부터 직무 부담을 가장 크게 경험하는 데다 몸의 건강은 서서히 쇠퇴하고 자녀 교육에 따른 스트레스를 많이 겪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구 10만명당 진료 인원이 2010년 82명에 불과하던 70대 이상 환자가 2015년 276명으로 3.4배 증가한 점도 눈에 띈다. 다른 연령대(1.7∼2.2배 증가)보다 훨씬 큰 증가폭이다. ‘황혼기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자식세대 부양을 받기도 어려워지고 친구나 아는 이들의 죽음을 겪으며 신체적 쇠퇴, 질병도 함께 얻게 되는 시기”라면서 “일생을 바쳐 이룬 것을 한순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면서 공황장애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황장애는 초기 식은땀이나 가슴통증 등 발작 증상이 20∼30분 계속되다 사라지는 것 외에 큰 문제가 없어 그냥 지나치게 십상이다. 하지만 공황발작이 반복되면 거의 모든 상황과 장소를 피하게 되고 자신의 마음으로 ‘창살 없는 감옥’을 만들게 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