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 속에서, 세계화 물결 속에서 기회를 잃어버린 또 다른 소수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댈 때입니다.”
데이비드 N 햄튼(65) 미국 하버드대 신학대학원 학장은 “지난해 미 대선에서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80%가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면서 복음주의자, 나아가 크리스천들의 향후 실천 과제를 이같이 제시했다.
정통 복음주의 신학자인 햄튼 학장은 하버드대 신학대학원 한국동문회(회장 한미라 호서대 교수) 초청으로 방한해 지난 16일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트럼프시대 미국의 양극화와 정치, 그리고 종교’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햄튼 학장은 “지난해 미 대선을 앞두고 세계화와 기술혁신, 난민문제, IS(수니파 극단주의 테러단체)의 테러 위협과 더불어 미국 내 블루칼라의 분노, 종교적 가치의 쇠퇴 등 국내외에서 제기돼 온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백인 복음주의권 내에 위기감이 팽배했다”면서 “이번 기회가 아니면 미국의 ‘잃어버린 낙원’을 찾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트럼프에 표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슬람 세력과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가 급부상하면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결집력이 더욱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햄튼 학장은 이번 선거 과정에 나타난 ‘트럼프 현상’은 앞서 난민 문제 등으로 서유럽에서 나타난 국수주의 경향과 맞물린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럴 때일수록 전 세계는 ‘민주주의’를 다시 구현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며, 양극화된 사회와 문화의 조화를 어떻게 이뤄야 할지를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트럼프의 정책 등으로) 기회를 잃게 되는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햄튼 학장은 “트럼프 당선 후 정치와 사회가 양극화되면서 상호 비방과 공격, 논쟁만 가열되는 상황”이라며 “더 겸손해지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 문화를 창출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 등으로 민심은 물론 교계마저 갈라진 현재의 한국 상황에 대한 신학적 조언을 구하는 질문에 햄튼 학장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신학의 적용은 시와 때에 따라, 무엇보다 개인마다 다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원론적 의견만 내놓았다.
영국 북아일랜드 태생인 햄튼 학장은 영국 벨파스트 퀸즈대(사학)와 세인트앤드루스대 대학원(PhD)을 마쳤다. 이어 퀸즈대 근대사 교수(1979∼1997)와 미국 보스턴대 기독교역사학 교수(1998∼2007) 등을 거쳐 2012년 7월부터 하버드대 신학대학원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8년 ‘올해의 뛰어난 교수(미국)’로 선정됐으며, 영국 왕립역사학회 회원이다.
하버드대 신학대학원 설립 2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날 특강에는 김선도(서울 광림교회 원로) 감독과 안재웅 한국YMCA전국연맹 유지재단 이사장, 이태식 전 주미대사, 박진 전 국회의원 등과 하버드대 신대원 동문 100여명이 참석했다.
글·사진=박재찬 김아영 기자 jeep@kmib.co.kr
“트럼프 시대·세계화 물결 속 소외된 또 다른 소수 크리스천이 어떻게 도울지 머리 맞댈 때”
입력 2017-03-20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