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베이힐 클럽(파72·7419야드)에서 벌어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3라운드. 한국 골프의 에이스 왕정훈에게 9번홀(파4)은 악몽이었다. 힘껏 당겨친 티샷이 왼쪽으로 쏠리며 러프에 빠졌고, 두 차례 패널티를 받고 빠져 나와 페어웨이에 안착시켰지만 이번에는 벙커에 발목이 잡혔다. 8타 만에 그린에 공을 올린 왕정훈은 약 1.7m 거리의 퍼트를 놓쳤다. 결국 8온 2퍼트 만에 홀 아웃했다. 이 홀에서만 10타를 쳤으니 무려 6타를 잃었다. 이름도 생소한 ‘섹스튜플(sextuple) 보기’. 순위 추락은 당연지사. 전날까지 공동 8위로 선전했던 왕정훈은 중간합계 5오버파 216타로 공동 39위까지 떨어졌다.
사실 주말골퍼들은 파5홀의 경우 1오버파인 보기, 2오버파인 더블(Double) 보기, 3오버파인 트리플(Triple) 보기, 4오버파인 쿼드러플(quadruple) 보기, 이른바 ‘양파(Double Par)’로 대부분 홀아웃한다. 하지만 프로세계에선 그럴 수 없는 법. 이 때문에 난다긴다한 프로선수라도 멘탈이 붕괴되면서 한 홀에서 겉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용어도 존재한다. 기준타수보다 5타 더 치는 건 퀸튜플(quintuple) 보기, 6오버파는 섹스튜플 보기, 7오버파는 셉튜플(septuple) 보기, 8오버파는 옥튜플(octuple) 보기 9오버파는 노뉴플(nonuple) 보기, 10오버파는 데큐플(decuple) 보기로 불린다. 그 다음 오버파는 데큐플 앞에 Uno, Duo, Tre, Quattuor, Quin 등 라틴어 숫자 접두어를 붙인다.
4년 전 이 대회에선 한국의 위창수가 참사를 당했다. 당시 대회 첫 날 위창수는 5번홀(파4)에서 무려 9타를 쳤다. ‘양파’보다 1타를 더 친 5오버파, 퀸튜플 보기를 범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약과다. 재미교포 케빈 나는 2011년 PGA 투어 발레로 텍사스오픈 1라운드 9번홀(파4)에서 16타를 쳤다. 무려 12오버파, ‘듀오데큐플(Duodecuple) 보기’를 범했다. 불명예스럽게도 PGA 투어 파4홀 최다 타수 기록이다.
PGA 투어 한 홀 최다 타수기록은 미국의 ‘괴짜골퍼’ 존 댈리가 가지고 있다. 댈리는 1998년 베이힐 인비테이셔널 6번홀(파5)에서 무려 18타를 쳤다. 13오버파로 ‘트레데큐플(Tredecuple) 보기’다. 현재의 PGA투어가 생기기 전까지 계산할 경우 1938년 US오픈에서 레이 아인슬리가 파4홀에서 19타를 친 퀸데큐플(Quindecuple) 보기가 역대 골프 한 홀 최다 타수다.
이런 참사는 지나친 욕심을 부리거나 오기가 생길 경우 발생한다. 존 댈리는 당시 320야드를 쳐야 넘기는 워터해저드를 넘기지 못하자 오기가 생겨 계속해서 티샷을 날려대 공을 무려 5개나 물에 빠트렸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악! 섹스튜플 보기… 왕정훈, 왕 짜증~
입력 2017-03-19 18:59 수정 2017-03-20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