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D-50, 믿음직한 후보가 없다

입력 2017-03-19 19:03
19대 대선이 ‘D-50’을 맞았다. 과거 같았으면 다수 국민 마음속에 표를 줄 대통령감이 어느 정도 자리 잡았을 시기다. 하지만 요즘 들리는 얘기는 다르다. ‘A는 안보관이 불안해 안 되겠다’ ‘B는 정체성을 모르겠다’ ‘C는 너무 과격하다’는 등의 부정적 말이 많다. 보수층에서는 아예 투표장에 가지 않겠다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며칠 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는 국민들의 속내가 담겨 있다. 거의 모든 대선 주자들에 대해 비호감이 호감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다. 가장 유력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호감이 50%로 호감(47%)보다 많았다. 안희정 충남지사만 유일하게 호감이 56%로 비호감 37%를 앞질렀다. 다음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토대로 국정을 시작하기가 힘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정당이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본격 돌입했다. 오는 27일 호남에서 첫 현장투표를 갖는 민주당은 다음달 3일(결선투표 시 8일) 후보를 결정한다. 국민의당은 권역별 경선과 여론조사를 거쳐 다음달 4일 확정한다. 보수 진영의 자유한국당은 이달 31일, 바른정당은 이보다 이른 28일 후보를 뽑기로 했다. 5월 초면 ‘장미 대선’에 출마할 각 정당의 후보들이 다 정해지는 셈이다.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고 나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그 의미와 엄중함에서 역대 선거와 크게 다르다. 지난해 10월 국정농단사건이 불거지고 7개월여 만에 이 땅에 새로운 리더십이 세워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은 어느 당에서, 누가 되든 아주 힘들게 임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안보와 경제, 주변국과의 관계 등 어느 것 하나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다. 5월 9일 당선과 동시에 취임하는 만큼 정권을 원활하게 인수할 시간마저 없다.

그런 만큼 국가 최고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여러 조건을 갖추고 있는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각 당의 예비 후보들이 지금부터 역사에 남을 만한 대선 캠페인을 벌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선에서부터 대통령 자격 유무가 철저하게 가려져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예비 후보들은 국민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이는 집권해도 나라를 통합하지 못한다. 당장 지지층에서는 표를 받을 수 있겠지만 반대 측까지 끌어안지 못할 경우 두고두고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안보를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득표를 위한 전략적 모호성을 끝내 유지한다면 이는 결국 유권자를 속이는 일이다. 또 현재의 국가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집권 후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50일 내내 치열하게 펼쳐져 제대로 된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