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KO 머신’ 골로프킨 판정승

입력 2017-03-19 18:57
카자흐스탄의 게나디 골로프킨(가운데)이 19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미들급 통합타이틀전에서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둔 뒤 팔을 치켜든 채 접전을 벌인 미국의 다니엘 제이콥스(왼쪽)를 쳐다보고 있다. AP뉴시스

4라운드 초반 게나디 골로프킨(35·카자흐스탄)의 라이트 더블 펀치가 다니엘 제이콥스(30·미국)의 얼굴에 꽂혔다. 제이콥스가 주저앉았다. 이때만 해도 경기는 골로프킨의 화끈한 KO승으로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영리한 제이콥스는 사우스포(왼손잡이)와 오소독스(오른손잡이)를 변화무쌍하게 사용하며 반격에 나섰다. 골로프킨은 고전 끝에 판정승으로 37연승을 이어갔다.

골로프킨은 19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 세계복싱협회(WBA) 미들급 통합타이틀전에서 제이콥스에 3대 0(115-112, 115-112, 114-113)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18차 방어에 성공했다. 골로프킨이 판정으로 이긴 것은 2008년 6월 8라운드 경기에서 아마르 아마리에게 3대 0 판정승한 이후 8년 9개월 만이다. 이날 승리로 골로프킨은 37전 37승(33KO) 을 기록했다. 연속 KO승은 23경기에서 멈췄다.

3라운드까지 탐색전을 벌이던 둘은 4라운드부터 활발하게 주먹을 교환했다. 4라운드에서 다운을 빼앗긴 제이콥스는 5라운드부터 수시로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로 변신하며 골로프킨을 혼란시켰다. 골로프킨은 제이콥스의 ‘플랜B’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중반부터 잔펀치를 허용하며 오히려 경기 주도권을 내줬다. 10라운드부터 지친 기색을 보인 골로프킨은 KO승을 포기한 듯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골로프킨은 한국계 복서로도 유명하다. 그의 외할아버지(세르게이 박)는 고려인으로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 여성과 결혼해 딸을 낳았다. 그 딸이 바로 골로프킨의 어머니(엘리자베스 박)다. 생전 광부로 일했던 아버지(2014년 사망)는 러시아인이었다. 게나디는 8세 때 큰형 세르게이와 작은 형 바딤의 권유로 쌍둥이 동생 막심과 함께 복싱을 시작했다. 게나디와 막심은 자국 대회 아마추어 결승전에서 3번 만났다. “형제가 싸우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어머니를 위해 둘은 3번 모두 시합을 포기했다. 러시아군에 입대한 비딤과 세르게이는 각각 1990년과 94년에 전사했다. 게나디는 좌절하는 대신 더 강해지기로 결심했다. 막심은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때문에 복싱을 그만두고 2012년부터 형의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다.

제이콥스는 2011년 3월 진단받은 골육종(뼈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극복해 ‘기적의 사나이’로 화제를 모은 선수다. 그는 세계 최강인 골로프킨에 도전해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전적은 34전 32승(29 KO)2패가 됐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