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붙은 ‘수사권싸움’ 불씨 끄는 ‘檢’ 불 지피는 ‘警’

입력 2017-03-18 00:00

정권 교체기마다 불거졌던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 조정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검찰의 입장이 수사권 조정에 부정적이라고 알려지자 경찰은 “국민 여론과 동떨어졌다”며 정면 반박하는 자료를 냈다. 유력 대선 주자들도 검찰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이 안고 있는 문제의 본질은 수사권과 기소권, 영장청구권 등을 독점하는 구조에서 오는 권한 집중 현상”이라며 “검찰 개혁 방안에 검찰은 권력으로부터 독립성 강화 등을 주장하지만 이는 검찰 개혁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공식 입장까지 내놓으면서 검찰과 정면으로 맞선 이유는 검찰이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검찰 개혁안에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검찰은 경찰과의 기소권·수사권 조정, 대통령 친인척 등의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영장청구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방안 등 현재 거론되는 검찰 개혁 방안에 모두 부정적이다. 검찰은 권한 분산이 아니라 정치적 독립성 강화가 검찰 개혁의 본질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혁단은 “검찰이 제시한 (독립성 강화) 방안은 잘못된 진단에서 비롯된 해법”이라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공수처 설치, 경찰에 영장청구권 부여 등과 관련한 검찰의 의견은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개혁단은 검찰과 경찰이 각각 기소권과 수사권을 나누어 갖는 개혁 방안에 국민 67.6%가 동의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내세웠다.

수사권 조정 등을 포함한 검찰 개혁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됐지만 검찰의 반대로 번번이 실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취임 초 평검사와 대화까지 했지만 결국 검찰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이명박정부가 2011년 수사권 조정 입법예고안을 내놓자 검찰 지휘부들이 줄 사퇴하는 등 검란(檢亂)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게 경찰의 기대다. 유력 대선 주자들이 모두 검찰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모두 검찰과 경찰의 기소권·수사권 분리와 공수처 신설을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 초기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것도 개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넓혔다.

경찰은 대선 정국에 검찰 개혁을 이슈로 키워 이번에는 기필코 수사권 독립을 쟁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 총경 팀장 체제의 수사구조개혁팀을 부활시켰고, 12월 황운하 경무관을 단장으로 임명하면서 수사구조개혁단으로 격상하는 등 검찰 개혁 이슈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