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호크 타고 DMZ로… 北에 ‘무언의 경고’

입력 2017-03-17 17:45 수정 2017-03-17 21:24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왼쪽)이 17일 서울 외교부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의 대북 군사적 옵션에 대해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 수준까지 간다면 행동할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7일 오전 10시10분쯤 전용기편으로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관계자들과 악수를 마친 뒤 곧바로 UH-60 블랙호크 헬기를 타고 비무장지대(DMZ)로 이동했다.

틸러슨 장관은 DMZ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를 맡고 있는 ‘캠프 보니파스’를 찾아 미군 장병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캠프 보니파스는 1976년 8월 ‘도끼만행 사건’으로 사망한 미군 장교 2명 중 한 명인 아서 보니파스 소령의 이름을 딴 부대다. 사건 당시 미국은 미드웨이 항공모함과 B-52 폭격기 등을 대기시키는 등 일촉즉발의 대비태세를 갖췄다. 틸러슨 장관은 식당 벽돌에 ‘우리 모두를 위한 (주한미군) 여러분의 복무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DMZ 방문에는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임호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동행했다. 틸러슨 장관은 판문점에서 북한 지역을 바라보며 브리핑을 받고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도 둘러봤다.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에 ‘무언의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을 자극할 만한 발언은 하지 않았다. 북한군이 틸러슨 장관 일행을 감시하듯 카메라로 촬영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한국인에게는 매일매일이 쿠바 미사일 위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오후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예방한 뒤 외교부 청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통상 기자회견은 회담 후 결과를 놓고 이뤄지지만 이날은 회담 시작 전 기자회견부터 했다. 한·미 외교장관은 회담 후 별도 만찬도 하지 않았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 측 인사들과 저녁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2박3일간의 일본 방문에선 미·일 외교장관이 1시간 정도 업무 협의를 겸한 만찬을 함께했다.

한·일 간 차이는 국내 정치 상황이 감안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월 9일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상황에서 틸러슨 장관의 대화 상대 역시 바뀔 가능성이 큰 점이 감안됐다는 분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방문은 실무방문 성격으로 공식 만찬은 반드시 포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현길 조성은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