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초승달 충돌”… 에르도안 反유럽 도발

입력 2017-03-18 00:03

다음달 16일 대통령중심제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유럽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 터키 대통령이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립 구도를 조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에르도안은 TV 연설에서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직장 내 종교적 복장 규제가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데 대해 “유럽이 ‘십자군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십자가와 초승달(이슬람 상징)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EU)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유럽의 원칙과 가치, 정의는 어디에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같이 수위 높은 발언은 국민투표를 앞두고 외교 갈등을 종교 대립으로 비화해 무슬림 표심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에르도안은 최근 국외 개헌 찬성 집회를 놓고 유럽 각국과 갈등을 벌이고 있다. 집회 개최를 불허한 독일과 네덜란드를 향해 ‘나치’ ‘파시스트’ 등 망언을 쏟아내고 있다. 에르도안의 연설 직전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유럽에서 성전(聖戰)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앞서 네덜란드 정부는 개헌 찬성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로테르담을 방문하려 한 차우쇼을루의 전용기 착륙을 안전상의 이유로 불허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유럽 각국이 자국 내 터키 개헌안 지지 집회를 불허한 데 대해 에르도안이 ‘나치’와 같다고 비난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