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3시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방 3.1마일 해상. 초봄의 서해는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파도는 0.5m로 잔잔했다.
이곳은 1067일 전 세월호가 침몰한 현장이다. 거대한 바지선 두 척엔 선체 인양용 리프팅 빔에 연결된 66가닥의 와이어가 묶여 있다. 2㎞ 떨어진 곳에선 인양한 세월호를 싣고 목포신항으로 이동할 반잠수 선박이 테스트 중이었다. 이 선박은 전날 오후 현장에 투입됐다.
지지부진했던 세월호 인양작업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인용 이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0일 오전 11시21분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을 인용하고 5시간40여분 뒤 기자들에게 세월호 인양 현장 취재지원을 알리는 문자를 보냈다. 며칠 후 다음 달 5일 세월호를 인양할 거란 얘기도 나왔다.
당초 5∼6월로 예상됐던 인양작업이 갑자기 속도를 내자 여러 변수로 수차례 연기될 때마다 불거졌던 ‘의도적 인양 연기설’ ‘정치적 외압설’이 SNS 등에서 다시 퍼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그동안 해수부가 인양방식 등을 변경한 것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하지만 논란이 일 때마다 해수부는 “외부 요인의 영향은 없었다”며 억울해했다.
팽목항에 남아있는 미수습자 가족들은 정부 탓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꼭’이라는 생각에 작업을 주관하는 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보였다.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해수부가 애를 쓰는 거 잘 안다”면서 “인양은 미수습자를 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2학년 2반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도 “우리의 시계는 2014년 4월 16일에 멈춰 있다. 17일로 넘어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해수부는 이날 세월호 인양 준비는 끝났다며 오는 19일 시험인양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팽목항=서윤경 경제부 기자 y27k@kmib.co.kr
[현장기자-서윤경] 불쑥 “세월호 인양”… 속도내는 해수부 왜
입력 2017-03-18 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