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을 50여일 남긴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조직 개편 방향에 대한 의견과 주장이 각 대선 주자들 캠프에서 쏟아지고 있다. 차기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출범한다. 시간적 여유가 없고 그만큼 부담도 크다. 공직사회가 동요하는데도 대선 주자들이 정부조직 개편의 청사진을 속속 내놓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차기 정부조직 개편의 큰 그림은 미래창조과학부 분리 개편 또는 축소, 교육부 역할 축소 등으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각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제안을 내놓는 만큼 이에 대비한 중소기업부(가칭) 신설 등도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미래부는 차기 정부 출범과 동시에 ‘개편 대상 1호’로 우선 거론된다. 박근혜정부의 슬로건이었던 ‘창조경제’를 총괄한 부처였던 만큼 정권교체가 현실화될 경우 조직 축소 또는 개편이 불가피하다. 중앙부처 중 정권교체의 상징적 의미가 있는데다 지나치게 커진 몸집을 효율화해야 하는 이유도 있다.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미래부의 과학기술 업무와 정보통신기술(ICT) 업무를 분리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7일 대전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간담회에 참석해 “과학기술 분야를 주관하는 컨트롤타워가 다음 정권에서는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캠프에서는 노무현정부에서 ICT 분야를 주관했던 정보통신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도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복원을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 5대 정책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우 미래부 개편 방향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안희정캠프 관계자는 17일 “‘부처 떼었다 붙이기’만으로는 국정 운영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조직 개편도 연정의 틀 속에서 정당 간 합의를 통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도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교육부를 없애고 교사·학부모·정치권이 참여하는 국가교육위원회와 이를 지원하는 교육지원처로 재편하는 내용의 공약을 발표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안 전 대표가 제안한 학제 개편안(초등학교 5년, 중·고등학교 5년, 진로탐색·직업학교 2년)의 중장기 플랜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는 기구다. 문 전 대표 역시 초·중등교육을 지방교육청에 맡기는 등 교육부의 권한 줄이기를 골자로 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교육 분야와 산업·과학기술 분야를 총괄할 혁신부총리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을 장관급 부처로 격상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자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중소기업 육성은 창업·벤처 생태계 구축을 통한 성장동력 창출, 양질의 일자리 확보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핵심 방안이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문 전 대표는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안 전 대표는 중소기업청을 창업중소기업부로 격상하자고 제안했다.
경제부처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통상 기능을 분리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하는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해 통상 기능만 담당하는 별도의 장관급 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통상 기능을 외교부에 이관해 외교통상부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 개편안도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싱크탱크 중 하나인 더미래연구소는 최근 토론회에서 거대 공룡조직인 기재부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를 예산·세제·국고를 총괄하는 국가재정부와 국제·국내금융을 담당하는 금융부로 분리하는 방안, 기획예산처(예산+기획)와 재정금융부(세제+국제·국내금융)로 개편하는 방안 등이 테이블에 올라 있다.
각 후보들이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이 대선 이후 그대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여소야대’ 상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 국회와의 협상에 실패할 경우 정부조직 개편에 발목 잡혀 새 정부의 추진 동력마저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 2013년 박근혜정부 인수위 당시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제출 52일 만에 통과됐다. 이재은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새 정부 출범 후 국정 운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그래픽=안지나, 박동민 기자
조직개편, 미래부 ‘분리’·교육부 ‘축소’·중기부 ‘신설’이 핵심
입력 2017-03-18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