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기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럼프타워 도청 의혹’에 대해 미 의회가 상·하원, 여야를 막론하고 “증거가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바마가 격노하고, 정보 당국은 전면 부인한 가운데 의회까지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상·하원 정보위원회에서 관련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며 “적어도 우리 정보 당국과 관련해서는 그런 도청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과 민주당 마크 워너 정보위원회 간사도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트럼프타워가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정부에 의해 사찰받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트럼프는 도청당했다는 주장을 이어가면서도 모호하게 대응했다. 트럼프는 전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내가 도청을 언급했을 때 분명 ‘따옴표(인용부호)’를 썼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며 “도청은 많은 다른 것을 포함하고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향후 2주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방어에 나섰다.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의회 지도부의 입장은 최종적인 것이 아니다”며 “현 시점에서 믿지 않는다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또 “사찰 기술이 동원됐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구체적으로 도청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스파이서는 여기에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의 개입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그는 “폭스뉴스 보도를 보면 정보 당국자들이 ‘오바마가 일반 지휘체계를 벗어나 행동했다’고 말했다”며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법무부가 아닌 GCHQ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GCHQ는 이례적으로 입장을 내놨다. 평소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기로 유명한 GCHQ는 “도청 주장은 난센스다. 우스꽝스럽고 무시돼야 한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후 영국 정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다시는 이 같은 주장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오바마가 도청했다더니… 트럼프 “이른바 ‘도청’” 말바꿔
입력 2017-03-17 18:17 수정 2017-03-17 22:58